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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쪽파 다듬고 1만원…어르신 20만명 몰린 일자리 인기 비결

중앙일보

2025.08.31 19:21 2025.09.0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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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의 일하는 밥퍼 작업장에서 참여자들이 쪽파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경로당서 채소 다듬기·공산품 조립

채소 다듬기와 공산품 조립에 참여해 1만원을 받는 충북 ‘일하는 밥퍼’ 사업이 인기다.

1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첫선을 보인 일하는 밥퍼 사업 누적 참여자가 1년 2개월 만(8월 말 기준)에 20만명을 넘어섰다. 폭염으로 작업장 운영 횟수를 하루 1회로 줄인 8월 전까지 올해 월평균 참여 인원이 17~20%씩 증가했다. 지금까지 하루 최대 참여자 수는 1914명(7월 21일)이다. 윤태술 충북도 노인지원팀장은 “기존 노인 일자리 사업과 달리 참여 조건이 60세 이상으로 단순하고, 매일 실비를 지급한다는 게 일하는 밥퍼의 장점”이라며 “온누리상품권을 모아 장을 보거나, 손주들한테 먹을거리를 사다 주시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일하는 밥퍼는 60세 이상 주민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2시간·3시간 일하고 봉사 수당으로 1만원·1만5000원(온누리상품권·지역 화폐)을 받는 사업이다. 참여자는 매일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사업명은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었다. 공원에서 무료 급식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보고 스스로 밥을 사 먹을 수 있도록 소일거리를 만들어 주자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해 충북 청주 두꺼비시장을 찾아 일하는 밥퍼 참여자와 마늘 꼭지 따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충북 11개 시·군 확대…타 지역서 벤치마킹

참여자들은 전통시장 상인이 맡긴 쪽파·마늘·더덕·고구마 순 등을 손질한다. 자동차부품을 조립하거나 케이블 타이 정리, 반려동물 사료 포장, 콩 분류 등 작업도 한다. 일하는 공간은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종교시설, 시장 내 빈 점포 등을 활용한다. 김 팀장은 “70~80대 참여자가 많은 걸 고려해 작업 시간을 1시간 30분 이내로 정했고, 채소 다듬기나 공산품 조립 등 단순 작업으로 체력 부담을 줄인 게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작업장 수를 올 초 66곳에서 지난달까지 충북 도내 11개 시·군 146곳(경로당 91곳, 기타 작업장 55곳)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월평균 하루 참여자 수는 1월 700명에서 3월 1000명을 넘은 데 이어 7월 1500여 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루 1회로 줄였던 작업장 운영 횟수는 이달부터 오전과 오후 2회로 다시 늘린다. 도는 연말까지 일 최대 참여 인원을 3000명으로 정하고, 사업 추진에 필요한 예산과 일감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하는 밥퍼가 생산적 자원봉사 사업 모델로 정착하면서 경북과 세종·전북·경기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충북과 비슷한 ‘일하는 밥퍼 봉사단’을 운영 중이다. 봉사단은 취약계층의 식사를 챙겨주고, 급식 기관의 부족한 일손을 덜어준다. 한 달 30시간 근무하고 월 29만원을 받는다. 김왕일 충북도 노인복지과장은 “일하는 밥퍼는 경제 활동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건강도 챙기는 일하는 복지 사업”이라며 “더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작업장을 늘리고, 안정적인 운영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종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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