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승환(왼쪽)이 31일 은퇴 투어에서 한화 류현진과 포옹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화 주장 채은성.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구단이 오승환 은퇴 기념으로 준비한 자물쇠 형상물과 순금 자물쇠, 대전 통산 성적이 담긴 금판을 기념패로 제작해 선물로 전달했다. /한화 이글스 제공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43)의 두 번째 은퇴 투어가 열린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그를 반긴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함께한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이 가장 먼저 꽃다발을 전하며 축하했다. 이어 한화 최고참 류현진이 주장 채은성과 함께 구단에서 준비한 선물을 오승환에게 전달했다. 한화 구단은 오승환의 등번호 21번을 새긴 자물쇠 형상물과 순금 자물쇠, 그리고 대전에서의 통산 성적이 담긴 금판을 기념패로 제작해 은퇴 선물로 마련했다. 오승환은 “마지막 문을 잘 잠갔다는 의미로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지난해까지 한화가 홈으로 사용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구 한밭야구장에서 통산 49경기(55이닝) 2승1패35세이브 평균자책점 1.47 WHIP 0.67 탈삼진 66개 기록했다. 대전에서 블론세이브는 단 1개. 지난해 7월23일 5-4로 앞선 8회 2사 만루에서 요나단 페라자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고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한화전 69연속 세이브 기록이 깨진 순간이었다.
한화를 상대로 유독 강했던 오승환이 은퇴 투어로 대전 신구장 한화생명볼파크를 찾았다. 한화의 환영에 오승환도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Final Boss 한화 이글스와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을 기억하겠습니다. 끝판대장 오승환 드림’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명판과 함께 글러브 케이스를 한화 구단에 기념으로 전달했다. 대전 팬들과 한화 구단 프런트를 위해 응원 타월과 티셔츠도 각각 50개씩 준비해 은퇴 투어 행사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오승환은 “대전과 한화 이글스에 정말 많은 기억들이 있다. 특히 여기 이글스 팬분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8회) 육성 응원을 불펜에 앉아서 들으면 소름 끼칠 때도 있었다. 성적이 좋든 안 좋은 꾸준히 응원을 해주시는 한화 팬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과 2021년 도쿄올림픽 노메달의 아픔을 모두 함께했던 김경문 감독도 오승환을 두고 “존경하는 후배”라고 표현했다. 오승환은 “이 자리를 빌어 김경문 감독님께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릴 때부터 저를 알아봐주시고, 대표팀에 뽑아주셔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셨다. 감독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해했다.
삼성 오승환이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은퇴 투어를 가진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함께 뛰며 2016~2019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동시대를 뛴 ‘괴물 투수’ 류현진도 오승환을 포옹으로 맞이했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도 류현진이 오승환 옆에 딱 붙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오승환은 “(류)현진이가 ‘아직 은퇴할 몸이 아닌데…”라고 말하더라. 짧게 얘기를 했는데 현진이와는 언제든 만나서 볼 것이다. 대구에 오면 식사를 한 번 하려고 한다”면서 “류현진 선수는 후배이지만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 저보다 더 오래 했으면 한다. 존재 가치만으로도 팬분들께 크다.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류현진의 롱런을 응원했다.
오승환을 위해 한화가 초대한 깜짝 손님도 있었다. 젊은 포수 육성을 위해 한화가 지난겨울 영입한 쓰루오카 가즈나리 퓨처스 배터리코치로 2014~2015년 오승환이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서 활약할 때 포수로 공을 받은 인연이 있다. 마침 이날 퓨처스리그 경기가 없었고, 서산에서 대전으로 넘어온 쓰루오카 코치는 한신 시절 오승환과 함께한 사진이 들어간 액자를 선물했다.
오승환은 “시즌 초반 2군에 있을 때 서산에서 쓰루오카 코치님과 같이 식사도 했었다. 한신에 있을 때도 호흡을 많이 맞췄고, 되게 재미있으시다. 분위기 메이커로 1등을 할 수 있는 분이다. 배울 점이 많다”고 한신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삼성 오승환의 대전 은퇴 투어 행사에 쓰루오가 가즈나리 한화 퓨처스 배터리코치(오른쪽)가 참석해 한신 시절 함께한 기념 액자를 전달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은퇴 투어 기념으로 경기 전 사인회에도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승환은 “선수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초등학교 때 아버님이랑 야구장에 왔는데 이제 서른이 넘어 아기랑 왔다는 분들도 있더라. 초등학교 때 기억을 지금까지 갖고 제 유니폼에 사인을 받으셨고, 그런 팬분들이 고생했다는 얘기를 해주실 때 그래도 제가 선수 생활 잘 마무리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며 21년의 프로 커리어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오승환의 첫 번째 은퇴 투어였던 지난달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삼성은 6-7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그는 “오늘도 질까봐 걱정된다. 이겼으면 좋겠다. 팀 분위기가 워낙 좋다. 이 분위기를 계속 몰아가서 마지막에 삼성 라이온즈가 조금 더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날 삼성은 한화에 5-3 재역전승을 거두며 주말 3연전을 싹쓸이했다. 3~4위 SSG, 롯데에 승차 없는 5위로 5강 싸움을 이어갔다.
이날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10승째를 거둔 원태인은 “오승환 선배님의 마지막 해라 요즘 식사도 같이 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 선배님 은퇴 투어 날 선발이라서 기분 좋은 승리를 안겨드리고 싶었다. 지난번(두산전) 아깝게 졌기 때문에 선수들 모두 오늘은 꼭 이기자는 생각으로 했을 것이다. 선배님을 위해 꼭 이기고 싶었고,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