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역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는 강원도 강릉시에서 직접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영상이 공개된 뒤 김홍규 강릉시장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영상엔 김 시장이 이 대통령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해 질책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지난달 31일 KTV 국민방송의 유튜브 채널 'KTV 이매진'에는 '답답, 카리스마, 예리, 역대 최악 가뭄 상황 직접 현장 점검 나선 이재명 대통령 화난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대통령이 강릉시청 재난 안전상황실에서 주재한 가뭄 대책회의를 촬영한 것이다.
이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김홍규 강릉시장에게 원수 확보 비용을 거듭 물었으나 김 시장은 뚜렷하게 예산이 얼마가 필요한지, 어디에 쓸 것인지 등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며 "기존 계획은 (예산에) 이미 다 책정이 돼 있을 것이고, 뭔가를 추가할 테니 정부가 지금 새롭게 지원해달라, 이렇게 말한 거잖나"라며 답답한 듯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강릉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자연재해로 재난 사태가 선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난 사태가 선포되면 정부 차원에서 인력·장비·물자 동원, 응급 지원, 공무원 비상소집 등 조치와 함께 재정적 지원도 가능해진다. 지난 29일부터 강원도 차원에서 강릉 지역 재난 사태 선포를 요청해왔기에, 이 대통령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물은 것으로 보인다.
김 시장은 "그게 아까 1000억이라 그러더니 지금 500억으로 줄었는데 다행히"라며 필요한 예산이 줄었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500억의 구성 내용이 뭐냐"고 물은 이 대통령은 길게 설명을 듣기 어렵다는 듯 눈을 질끈 감으며 "잠깐! 새로 필요한 게 뭐냐"고 다시 물었다. 이후로도 이 대통령과 김 시장은 '원수 확보 비용'을 두고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론이 나오지는 못했다.
김 시장은 오봉저수지 시찰 현장에서도 "9월엔 비가 올 거라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가 이 대통령에게 "하늘 믿고 있으면 안 된다. 안 올 경우 사람 목숨 갖고 실험할 수 없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이런 내용이 공개되자 "일반 기업이었으면 회사 CEO와 파트장 사이인데, 저렇게 답변하면 끝"이라는 김 시장을 향한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선임 입장에서 1000억 원 달랬다가 500억원이면 된댔다가 자꾸 말 바꾸기를 하면 믿을 수가 있겠나"라며 질책하는 댓글도 달렸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가 지난달 31일 저수율 14.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수도 계량기를 75% 잠그는 제한급수를 시행한 가운데, 연곡 지역의 정수장을 확장해 가뭄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때 필요한 금액은 500억원으로 알려졌으며, 원수 확보에는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지금까지 파악된 바다.
강릉 지역은 연곡 지역 지하저류댐을 3년 전부터 계획하며 가뭄에 대비했으나 강수량이 평년 대비 46%로 낮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 받고 지난달 30일 아침 "현장을 직접 가봐야겠다"고 말하며 긴급하게 일정을 잡아 강릉에 방문하게 된 걸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