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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할 수 있는 건 총리님밖에" 계엄해제 건의 묵살한 한덕수

중앙일보

2025.08.31 23:14 2025.08.3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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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2025.08.27.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가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음에도 1시간가량 국무회의 소집을 지연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한 전 총리를 내란우두머리방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런 내용을 공소장에 담았다.

1일 중앙일보가 국회를 통해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된 후 3시간쯤 지난 다음날 오전 1시2분쯤 정부서울청사에서 생방송으로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는 장면을 봤다.

이에 방기선 당시 국무조정실장은 한 전 총리에게 “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한 번 해보시라”,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총리님밖에 없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방 전 실장에게 “조금 한 번 기다려보자”라고 하면서 국무회의 관련 조치를 지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 출입구를 봉쇄하는 모습. 전민규 기자

계엄법상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 및 공고해야 한다. 비상계엄 해제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한 전 총리는 국무회의 부의장이고, 국무위원 소집은 국무총리비서실 산하 국무조정실 업무다.

한 전 총리는 국회가 해제 표결을 한 지 1시간이 지난 지난해 12월 4일 오전 2시2분쯤 정진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계엄 해제 절차를 진행해야 하니 국무위원들을 소집해 달라”라고 전화하고 나서야 국무위원 소집을 지시했다. 특검팀은 공소장에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심의를 지연시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고 기재했다.



“추 대표, 걱정 마라”…국회 모니터링도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한 전 총리 건의로 오후 10시 16분쯤 국무회의 정족수에 해당하는 국무위원 11명이 모이자마자 윤 전 대통령은 2분간 일방적으로 발언한 뒤 브리핑실로 내려가 계엄을 선포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에 필요한 ‘국무회의 심의’의 외관을 만들고 내란을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추 전 원내대표가 12·3비상계엄 당시 의원 총회 장소를 수차례 변경함으로써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공소장에는 한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된 후 오후 11시11분부터 7분가량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통화한 사실도 기재됐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추 대표, 걱정하지 마라”라 말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추 전 원내대표를 통해 당시 국회 상황을 확인했고, 윤 전 대통령을 도왔다고 봤다.



이상민과 16분간 문건 보며 논의


한 전 총리는 계엄이 선포된 오후 10시27분쯤 이후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따로 불러 오후 10시49분쯤부터 16분간 대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상 이 전 장관은 정장 안주머니에 넣었던 계엄 관련 문건 3장을 꺼내 한 전 총리에게 읽어주다가, 그중 한 장은 한 전 총리에게 보여주고 다른 1장은 건네줬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이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와 관련해 긴밀히 협의한 정황을 공소장에 담았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공소장에도 이런 내용을 담았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7월 31일 오후 구속전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국무회의가 끝난 후 이 전 장관에 ‘전화하라’는 취지의 손동작을 하며 대화했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조지호 전화 부분)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로 “경찰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협조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지난달 19일 구속기소됐다.



김성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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