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특검 "통일교 집단 국민의힘 입당에 김건희 요청 있었다”

중앙일보

2025.08.31 23:16 2025.09.01 03:5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 2023년 5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피스 서밋(PEACE SUMMIT) 2023 개회식에서 당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자료 사진으로 2022년 11월 아프리카 대사단 초청 만찬에서 연설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자리에 앉은 김건희 여사 사진을 띄워놓고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측에 특정 후보를 지원하라는 목적으로 ‘집단 입당’을 요청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지난달 18일 구속기소한 윤영호(48)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서 2022년 11월 초순 건진법사 전성배(64·구속)씨를 통해 김 여사로부터 ‘2023년 3월 8일 예정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특정 후보 당선을 돕기 위해 통일교 교인을 정당원으로 가입시켜 해당 후보를 지지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적었다.

특검팀은 이어 “한학자 통일교 총재로부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지원 요청을 승인받은 후 통일교 조직, 재정을 이용해 윤석열 대통령과 그 주변 정치인들의 정치활동 및 선거운동을 지속 지원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11월 전씨에게 “윤심은 정확히 무엇이냐”고 묻자 전씨가 “변함없이 권(성동)”이라고 답한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권성동 의원이 2023년 1월 당대표 출마를 포기하자 전당대회를 완주해 당대표로 당선되는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려 한 문자메시지도 확보됐다. 공소장엔 “윤 전 본부장이 한학자 총재 지시에 따라 통일교 정책을 정부 정책으로 수용하고 통일교와 우호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물색했다”는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원 배경도 담겨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로 통일교 부정 청탁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권성동, '한학자 원정도박' 경찰 첩보 제공"

또한 특검팀은 한 총재를 윤 전 본부장에게 카지노 원정도박 관련 회계 정보를 없애라고 지시한 인물로 지목했다. 2022년 6월 강원 춘천경찰서가 카지노 원정 도박 첩보를 생산했는데 윤 전 본부장은 같은 해 10월 3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서 “경찰 쪽 지라시인데, 압수수색 나올 수 있다”는 사건 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본부장은 이튿날 오전 한 총재와 정 비서실장에게 권 의원이 준 수사정보를 그대로 보고했고, “원정 도박, 도박 자금 출처 관련 자료를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지시를 받은 세계본부 총무국 소속 직원들은 2022년 10월 25~27일 사무실에서 회계프로그램에 접속해 2010~2013년 회계정보 지출 적요에 ‘해외 출장비’에서 ‘해외’를 지우는 등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 의원은 이보다 앞선 2022년 1월 5일 통일교 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정보 유출 관련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통일교 원정도박 의혹에 대해)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첩보 2건이 있었다”며 “첩보는 폐기한 상태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당 첩보는 수사첩보처리규정에 따라 보존기한 2년이 지나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2022년 5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한학자 총재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윤 전 본부장과 김 여사 사이의 통화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2022년 3월 30일 김 여사는 윤 전 본부장에게 전화해 “전 고문(전성배)이 전화하라고 했다. 총재님 건강하시냐”며 “감사 말씀을 전해달라”고 연락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김 여사와의 직접 통화를 통해 무속인 건진법사 전씨가 김 여사, 윤핵관 등 친윤 정치인에게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윤 전 본부장이 확인하게 됐다고 썼다.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3월 22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독대한 장소는 서울 통의동 건물 4층 대통령 당선인 사무실로 확인됐다. 권 의원이 배석한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대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공소장에는 한 총재가 20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022년 3월 2일 통일교 중역 120명이 참석한 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 뜻을 밝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 총재는 지난달 31일 특별메시지를 통해 “어떤 불법적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 없다”고 밝혔다. 한 총재 측은 1일에도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씀한 적도 없고, 부정한 자금 거래나 청탁, 선물 제공을 승인한 적도 없다”며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윤 전 본부장의 아내인 이모 전 세계본부 재정국장을 김 여사에게 선물한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 구매 금액을 포함, 20억원에 이르는 교단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했다.




손성배.정진호.전민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