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로 내정된 5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임명 불가론을 제기하고 있다.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법사위 간사로 활동하는 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1일 KBS 라디오에서 “나 의원이 과거 공수처법을 처리할 때 동료 의원의 의사 진행을 방해한 사안으로 재판을 받는데, 그런 분이 간사를 맡는 건 국민과 맞서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당시 여야 충돌로 2020년 기소돼 다음 달 15일 1심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다.
여당은 법사위 차원에서 간사 임명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법사위원장이 간사 선임의 건을 아예 상정하지 않거나, 안건을 상정하더라도 민주당 의원들이 다 반대표를 행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법사위에서 안건을 의결하지 않으면, 나 의원은 법사위원 지위에 머물게 되고 현재 국민의힘 간사가 계속 자리를 맡을 수밖에 없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피고인이 대통령도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재판을 수도 없이 받던 와중 당 대표도 하고, 대통령도 됐는데 피고인이 상임위 간사를 받는 게 무슨 이해충돌이라는 것이냐. 내로남불도 유분수”라고 비판했다. 같은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됐던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피고인 신분으로 법무부 장관을 맡았고, 장관을 재직하면서 2021년 5월 법정에 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 나 의원은 1일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까지 여당이 장악한 불균형 속에서 국민과 헌정을 지켜내는 최후의 방파제가 되겠다”고 입장문을 냈다. 전날에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입맛대로 특검에 이어, 이제는 입맛대로 재판부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내란 몰이의 끝판왕’이 특별재판부”라며 “국민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지켜내겠다”고 썼다.
법사위에서는 여야 격돌이 전망된다. 이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국민의힘이 추천한 1소위원을 배제하고 위원장 마음대로 결정하고 통보한 것은 그 어떤 상임위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초유의 일”이라며 추미애 법사위원장실을 항의방문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1소위 조배숙 의원과 2소위 주진우 의원을 맞바꿔달란 요구를 지속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반발했지만 추 위원장이 부재중이라 만나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의 근거를 담은 ‘내란특별법’(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을 상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발의한 3대 특검법 개정안(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처리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관련 추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검찰 개혁을 해낼 것이다. 사명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