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의 영향으로 식료품ㆍ음료 등 먹거리 소비(실질 소비지출)가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줄었다. 폭염ㆍ폭우 등 이상기후와 가공식품 가격 인상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의 식료품ㆍ비주류음료 소비지출(명목)은 월평균 42만27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8% 늘어난 액수다. 하지만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34만1100원으로 1년 전보다 1% 감소했다. 2016년 2분기(33만원) 이후 9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실질 소비지출이 줄었다는 건 물가가 올라 먹거리에 나간 돈(명목 지출)은 늘었지만, 실제 소비 규모는 감소했다는 뜻이다.
배경으로는 고물가가 첫손에 꼽힌다. 2분기 식료품ㆍ비주류음료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9%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1%)을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해 연말 큰 폭으로 올랐던 환율이 수입 원자재 가격에 반영되며 식품기업들이 출고가를 줄줄이 인상한 결과다.
고물가 누적 등에 따라 먹거리 실질지출은 2023년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줄었다 지난해 4분기 1.8% 늘며 반등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증가율이 0.4%로 위축된 후 2분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비싸진 가공식품 등 식료품 가격에 소비자들이 값싼 상품을 찾아 소비하는 ‘짠물 소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식비 지출도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2분기 가구 식사비 실질지출은 35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0.2% 늘었다. 1분기 0.4% 줄어든 뒤 다시 증가했지만 아직 둔화 흐름에서 벗어나진 못한 모습이다.
먹거리 물가는 3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공식품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여름철 폭염 등 이상 기후로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이 훌쩍 뛴 결과다. 지난 7월 식료품ㆍ비주류음료 품목 물가 상승률은 3.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