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 막심' 아프간…충격에 약한 '흙집' 줄줄이 무너져
되풀이되는 지진 악몽…진원 얕고 한밤중 발생해 피해 커져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오랜 전쟁 등으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아프가니스탄에 또다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주민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대다수 주택이 진흙 벽돌 등으로 허술하게 지어지는 등 악조건 속에 아프간에서는 지진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밤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 잘랄라바드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는 6.0으로 기록됐다.
아프간 당국이 집계한 사상자는 1일 오후 기준 2천명이 넘었으며, 실제 인명 피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예측된다.
부상자 다수가 병원으로 이송된 데다 피해가 집계되지 않은 산간 지역 등을 포함하면 사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6.0 규모 지진이 약한 것은 아니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유독 지진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큰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원인 중 하나로는 외부 충격에 취약한 현지 주택이 꼽힌다.
아프간 도시 내 건물은 주로 콘크리트와 벽돌로 지어져 있지만, 외곽 지역에는 진흙 벽돌과 나무 등으로 허술하게 지은 집이 많다.
과거에도 지진이나 홍수가 발생하면 엉성하게 지어진 가옥들이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무너져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지진이 강타한 지역에서는 집들이 흔적도 없이 무너져 돌무더기만 남은 모습이 목격됐다.
또 이번 지진은 진원 깊이가 10㎞에 불과해 더 큰 피해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지진 발생 시간이 오후 11시 46분으로 한밤중이었던 것도 악재가 됐다. 대부분 잠자리에 들었던 주민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화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은 수십 년에 걸친 전쟁 등으로 사회 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원활한 구호·구조 작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1년 8월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아프간에 대한 해외 원조가 사실상 중단되고 국제 제재가 가해지면 아프간 경제 붕괴 우려도 제기됐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인도로 이어지는 지대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교차하는 지점이어서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아프간에서는 거의 매년 크고 작은 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했다.
2023년 10월에는 서부 헤라트주에서 규모 6.3 강진으로 최소 2천여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 4천500명이 나왔다.
2022년 6월에는 동부 파크티카주에서 규모 5.9 지진이 일어나 1천여명이 숨지고 1천500여명이 부상했다.
2015년 10월에는 힌두쿠시산맥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 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강종훈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