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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술 말고 내시경하라"…10년 만에 바뀐 위암검진 권고안

중앙일보

2025.09.01 01:09 2025.09.01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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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수(오른쪽) 전 적십자 의료원장이 2023년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위암 국가 암검진을 받을 때 특수한 사정이 없으면 조영촬영검사를 택하지 말고 내시경으로 하라는 강력한 권고가 나왔다.

국립암센터가 주도하는 위암검진 권고안 개정위원회(위원장 최일주 국립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1일 프레스센터에서 '2025 위암검진 권고안'을 공개했다. 이번 안은 2001년, 2015년에 이어 세 번째 나온 것이다. 위원회는 내과·외과·영상의학과 등 관련 전문의 17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40~74세 무증상 성인이 2년 간격으로 위 내시경 검사를 하도록 권고했다. 5개 권고 등급 중 '가장 강한 등급'(Strong recommendation)을 채택했다. 반면 무증상 성인에게 위장조영촬영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다만 내시경 검사를 받기 어려운 사람은 조영 검사를 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 안은 '내시경 권고, 조영술 미권고'라는 10년 전 버전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내시경은 권고 정도가 약했으나 이번에는 강한 톤으로 바뀌었다. 조영술은 10년 전에는 개인 선호도를 고려해 선택적으로 시행하라고 권고했으나 이번에는 이 같은 조건부 권고를 없앴다.

서민아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암검진사업부장은 "조영술 검사는 웬만하면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조영술 검사는 2008년 50%에 달했으나 매년 줄어 지난해 8.4%로 떨어졌다.
김주원 기자

위원회는 지난 10년 연구 논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번 권고안을 만들었다. 10년 전 권고안 때는 논문이 그리 많지 않았으니 그 이후 달라졌다. 최일주 위원장은 "국내외 논문을 분석했더니 내시경 선별 검사가 사망률을 46%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출혈은 1000건 당 0.17건, 장 천공(구멍 뚫림)은 0.034건으로 매우 낮았다"고 말했다.

조영술의 사망률 감소 효과는 33%(한국 논문만 따지면 5%)였다. 방사선 피폭 등의 위해는 낮았다. 서민아 부장은 "조영술은 검사 건수가 줄고 있어서 정확도가 떨어진다. 본인이 선택하면 어쩔 수 없지만 되도록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위암 검진 연령 기준(40~74세)을 바꾸지 않았고, 75세 이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10년 전 권고안에서는 75~84세는 이득과 위해를 평가할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냈다. 85세 이상은 위암 검진을 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넣지 않았다. 서민아 부장은 "75세 이상은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의사와 상담 후 내시경 검진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류근원 대한위암학회 이사장은 "평균적인 위험군을 대상으로 권고안을 만들었는데, 한국인의 위암 위험성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 가족이 위암을 앓았는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에 감염됐는지 등을 따져 검진 권고안이 달라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권고안은 정부의 현행 국가 검진 기준과 비슷하지만 대상 연령에 차이가 있다. 정부 기준은 '40세 이상, 2년마다, 내시경 검사'이다. 하한 연령은 40세로 권고안과 일치하지만 상한 연령이 없다. 앞으로 정부가 이번 권고안을 토대로 기준을 바꿀 지 판단하게 된다.






신성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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