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1승 1무 1패, 고작 3경기로 커리어가 끝났다. 재기를 꿈꿨던 에릭 텐 하흐 감독이 바이엘 레버쿠젠에서도 쫓겨나고 말았다.
레버쿠젠은 1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은 텐 하흐 감독과 결별한다. 코칭 스태프들이 임시로 팀을 지휘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레버쿠젠은 "텐 하흐 감독과 즉각 결별했다. 이는 보드진 권고에 따라 구단 감독 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코칭 스태프가 임시로 훈련 업무를 맡게 된다"라고 전했다.
파격적인 결단을 내린 시몬 롤페스 레버쿠젠 스포츠 디렉터. 그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누구도 원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주 동안 이 라인업으로는 새롭고 성공적인 팀을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는 우리 팀의 실력을 굳게 믿으며, 새로운 라인업을 통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르난도 카로 CEO 역시 "시즌 초반에 이별을 통보하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즌 목표를 달성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레벨과 라이선스 영역 전반에 걸쳐 최상의 조건이 필요하다. 이제 중요한 건 이러한 조건을 다시 완전히 구현하고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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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부임 3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된 텐 하흐 감독. 사유는 성적 부진과 지도력 부족으로 보인다. 독일 현지에선 개막 직후부터 레버쿠젠 내부에서 텐 하흐 감독의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레버쿠젠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사비 알론소 감독 밑에서 분데스리가 정상을 다투는 강팀이었다. 2023-2024시즌엔 분데스리가 최초의 무패 우승을 일궈내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론소 감독은 올여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고, 레버쿠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해고된 뒤 무직 신분이었던 텐 하흐에게 미래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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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텐 하흐 감독의 레버쿠젠은 시작부터 삐걱였다. 첫 공식전이었던 DFB 포칼 1라운드에선 SG 조넨호프 그로스아스파흐를 4-0으로 꺾었으나 상대가 하부리그 아마추어 팀일 뿐이었다. 중요한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선 호펜하임에 1-2로 역전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레버쿠젠은 2라운드에서도 무너졌다. 베르더 브레멘을 상대로 3-1까지 앞서 나갔지만, 마지막 15분을 버티지 못하고 두 골을 허용하며 3-3 무승부에 그친 것. 게다가 브레멘은 퇴장 악재로 추가시간을 제외하고도 25분을 10명으로 싸웠기에 더욱 충격적인 결과였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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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레버쿠젠은 빠르게 칼을 빼 들었다. 여름에 데려온 감독을 고작 공식전 3경기, 리그 2경기 만에 경질하는 건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키커'는 "레버쿠젠의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방식도 구단 보드진으로 하여금 중대한 의문과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성적 부진만이 이유가 아니다. 텐 하흐 감독은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 뒤 골키퍼 마르크 플레컨과 주장 로베르트 안드리히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팀 분위기를 해쳤다. 게다가 이적시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텐 하흐 감독은 내부적으로도 구단과 협력 관계에서 갈등을 빚고 있던 상황. 심지어는 선수단은 물론이고 자신이 데려온 코치들과도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뢰를 잃은 레버쿠젠 보드진은 그와 갈라서기로 빠른 결단을 내렸다. 전임자가 구단 역사에 남을 명장인 알론소 감독이었다는 점도 텐 하흐 감독을 더 최악으로 보이게 했다.
텐 하흐 감독으로서도 이례적인 굴욕이다. 그는 한때 아약스를 이끌고 네덜란드 무대를 평정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오르며 차세대 명장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텐 하흐 감독은 2022-2023시즌 맨유 지휘봉을 잡은 뒤 기복이 심한 성적과 연이은 영입 실패로 지난해 경질됐고, 레버쿠젠에서도 실패를 거두며 커리어의 위기를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