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수요 정체가 장기화하면서 K배터리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쟁적으로 지어온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고, 중저가 신제품을 내놓으며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전을 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장벽을 높이면서 K배터리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오는 8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재생에너지 전시회 ‘RE+ 2025’에서 ESS용 신제품을 공개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첫 각형 폼팩터(형태)인 ‘각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다. 각형은 파우치형보다 외부 충격에 강하고 안전하단 평가를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월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며 현지 생산라인도 확보했다.
같은 전시회에서 삼성SDI는 ESS용 배터리인 ‘삼성 배터리 박스(SBB)’의 2.0 버전을 공개한다. 처음으로 ESS용에 LFP를 적용했다. 기존에 선보이던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SK온 역시 지난달 27~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서 ESS용 LFP 배터리 모형을 선보였다. 또한 미국 조지아 단독 공장 ‘SK 배터리 아메리카(SKBA)’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ESS 시장에서 중국산 각형 LFP 배터리가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고 본다. ESS용 배터리는 전기차와 달리 에너지 밀도보다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 기존에 삼원계·파우치형에 집중하던 K배터리가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관세율을 현재 40.9%에서 내년부터 58.4%로 올리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ESS 수요가 확대되면서 K배터리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이 전기차보조금은 종료하지만 ESS 세액공제는 유지된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글로벌 ESS 설치 규모는 2023년 44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508GWh로 10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캐즘으로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은 북미 ESS 시장이 유일한 돌파구”라며 “현지 생산 확대와 가성비 제품 확대로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