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지하철 남부터미널역 5번 출구 앞 정류장에서 마을버스 22번을 탔다. 운전석은 비어있었다. “이거 예술의전당 가는 거 맞아요?” 묻는 손님들, 하나둘 타더니 만원 버스가 되어간다. 한참을 서 있으니 기사님이 탑승하고 출발했다. 정체구간이고 차들이 많이 밀려서일까 끼어드는 차들이 많고 운전이 거칠다. 옆의 중년 여성은 몸을 잘 가누지 못했다. 예술의전당 맞은편까지 단 두 정류장이 더 멀게 느껴졌다.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에 위치한 예술의전당에서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크고 작은 공연들이 열린다.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 방문·이용을 클릭하면 각 시설물과 주차에 대한 안내가 나온다. 주말에는 주차료를 1.5배를 징수하며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고 있지만 대중교통 접근성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남부터미널역에서도 도보로 이동하면 5~10분이 걸린다. 완만하지만 언덕길이라 노약자나 자녀를 동반한 경우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특히 공연을 앞둔 시간에는 사람들이 몰려 배차 간격을 확인하며 줄을 서서 기다릴 때가 많다. 서초22번을 운영하는 계현운수가 밝힌 평균 배차 간격은 15분이지만 그보다 더 긴 시간을 기다릴 때가 많았다. 역에 에스컬레이터가 없어 계단으로 힘겹게 올라온 이용객들은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지치기 일쑤다.
다른 공연장들은 어떨까. 세종문화회관은 광화문역 바로 앞에 있다. 롯데콘서트홀은 잠실역과 연결돼 있다. 고양아람누리는 정발산역, 성남아트센터는 이매역, 포은아트홀은 죽전역 바로 앞에 위치해 접근이 편리하다. 부천아트센터도 부천시청역에서 멀지 않고 국립극장은 동대입구역에서 꽤 떨어져 있지만 전용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에도 셔틀버스가 있었다. 남부터미널역에서 탑승하는, 많은 좌석을 갖춘 버스였다. 2021년 이후 운행이 중단됐다. 예술의전당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버스가 낡아서 민원이 들어왔고 다른 노선버스들과 승객이 겹쳐 셔틀버스 이용객이 적었다는 답을 들었다. 버스가 낡았었는지는 생각이 안 난다. 기사님이 참 친절했었다.
예술의전당의 대중교통 접근도를 높이려는 계획은 1987년 개관하기 전부터 존재했었다고 한다. 남부터미널역 지하도를 연결해 무빙워크를 설치하고 점포를 임대해 지하상권을 개발하려는 청사진도 있었다고 한다. 남부순환로를 지하화해 광장을 조성한다고도 했었지만 우면산 터널이 뚫리면서 무산됐다.
예술의전당에 도착해 비타민 스테이션에 들어서면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통해 편리하게 각 홀로 이동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람객들이 더 늘어나려면 예술의전당 측의 노력이 요구된다. 모처럼 음악회 가는 길인데 더 쾌적하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