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가뭄으로 강원 강릉에 ‘재난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충청권은 이미 존재하는 수자원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남 청양에서는 댐 건설을 놓고 대립하고 있고, 세종 농민은 금강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박정주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지난달 29일 지천댐 예정지를 방문한 김성환 환경부 장관에게 “정부가 계획했던 대로 지천댐 건설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부지사는 “충남의 100년 미래를 위해 지천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남은 삼성전자 반도체 등 첨단산업 중심지여서 물이 갈수록 더 필요하다. 2031년이면 수요량이 공급량을 초과하고 2035년에 도달하면 하루에 약 18만t의 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충남도는 전망했다. 하지만 용수의 80% 이상을 대전·충북에 있는 대청댐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청양은 하루에 필요한 생활용수 중 6000㎥(60%)를 보령댐, 2000㎥(20%)를 대청댐에서 받고 있다. 부여군은 하루 필요한 2만9000㎥의 물을 전량 대청댐에서 끌어다 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던 2015년 9월 30일 청양군 등 충남 8개 시·군에는 제한급수가 시행됐다. 2017년과 2018년, 2020년, 2022년에는 부여군 일대 42개 마을에 물을 퍼 날랐다.
청양군이 생활용수 20%를 의존하는 보령댐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1988년 준공한 보령댐은 충남 8개 시·군에 용수를 공급하고 있지만, 매년 저수량이 30%대에 머물면서 금강에서 도수로(導水路)를 통해 물을 끌어다 썼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천댐을 건설하면 생활·공업용수 공급은 물론 홍수 예방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천댐을 건설하면 물 부족 문제와 폭우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며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충남 청양군 장평면과 부여군 은산면 일원에 추진 중인 지천댐은 저수 용량 5900만㎥ 규모다. 예산 예당저수지(4700만㎥), 논산 탑정저수지(3100만㎥)보다 큰 용량으로 하루 11만㎥(38만명 사용)를 공급할 수 있다. 정부와 충남도는 1991년·1999년·2012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댐 건설을 추진했으나,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등을 지적하는 주민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도 청양지역 일부 주민은 “댐을 건설하면 생태환경이 파괴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충남대 지역환경토목학과 노재경 명예교수는 “2022년과 2023년 충남 부여와 청양은 폭우로 큰 피해를 봤다”며 “이 지역 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댐을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세종시 연동면과 충북 청주시 강내면 등 금강 주변 400여가구 농민은 “농업용수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물 한 방울이 아쉬운데 세종보는 7년째 방치돼있고, 금강 상류에 건설된 대청호에서도 물 공급이 시원치 않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생태계를 복원한다며 2018년 1월 세종보를 개방하고, 3년 뒤 보 해체를 결정했다. 정부는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약 6개월간 30억원을 들여 세종보를 수리했지만, 일부 환경단체 회원이 농성하자 보를 가동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