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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들 때 돕겠다고…" 아픔 잊지 않은 김경문 감독, 왜 오승환을 존경하는 후배라고 했나

OSEN

2025.09.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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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왼쪽)이 은퇴 투어 때 김경문 한화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삼성 오승환(왼쪽)이 은퇴 투어 때 김경문 한화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OSEN=이상학 기자] “잊혀지지 않는 후배, 존경하는 후배다.”

올 시즌을 끝으로 21년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끝판대장’ 오승환(43·삼성 라이온즈)은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두 번째 은퇴 투어를 가졌다. 경기 전 은퇴 투어 행사 때 오승환에게 가장 먼저 꽃다발을 전달하고 포옹을 나눈 사람은 김경문(67) 한화 이글스 감독이었다. 

두 사람은 KBO리그에서 같은 팀이 된 적은 없지만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베이징 올림픽 예선을 겸한 2007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만난 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의 영광을 같이 했다. 이어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까지 3개 대회에 동고동락했다. 

김경문 감독은 “오승환 선수와는 인연이 많다. 2008년 올림픽 때 같이 갔던 선수들은 저한테 다 후배이지만 은인들이다”며 “특히 오승환 선수 같은 경우 우리가 도쿄 올림픽에 갈 때, 가장 힘들 때 흔쾌히 돕겠다고 나왔다. 결과가 안 좋게 나와서 욕을 많이 먹었지만 그 이후 감독으로서 오승환 선수를 존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굉장히 잊혀지지 않는 후배”라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과 오승환이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7.21 /OSEN DB

도쿄 올림픽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과 오승환이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7.21 /OSEN DB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찬란한 기억도 있지만 김 감독은 노메달로 아쉽게 끝난 도쿄 올림픽의 아픔을 아직도 잊지 않았다. 당시 대표팀은 24명 최종 엔트리 확정 이후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논란으로 2명의 선수들이 낙마했고, 김 감독은 마지막 한 자리에 오승환을 불렀다. 

당시 39세로 대표팀에 최고참으로 합류한 오승환은 그러나 첫 등판 조별리그 이스라엘전에서 9회 1점차 리드 상황에 나와 동점 홈런을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이후 2경기를 실점 없이 잘 막았지만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6-5로 앞선 8회 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6-10으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대표팀은 6개국 중 4위, 노메달로 올림픽을 허무하게 마감했다. 오승환의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순간으로 실망한 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오승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표팀 합류를 부탁했던 김 감독도 가슴이 아팠다. 김 감독에겐 계속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 

[OSEN=인천, 지형준 기자] 올스타전에서 삼성 오승환이 한화 김경문 감독을 찾아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7.05 / jpnews@osen.co.kr

[OSEN=인천, 지형준 기자] 올스타전에서 삼성 오승환이 한화 김경문 감독을 찾아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7.05 / [email protected]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흘러 오승환은 은퇴를 결정했다. 오승환은 “김경문 감독님께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릴 때부터 저를 알아봐 주시고, 대표팀에 뽑아주셔서 발전할 수 있었다.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도쿄 올림픽에 대해 “처음부터 뽑힌 상태가 아니었다. 중간에 선수 한 명이 빠지면서 들어갔는데 감독님 전화가 오자마자 흔쾌히 수락했다”고 김 감독의 연락을 받고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결과가 안 좋아서 감독님도 마음 한켠에 그런 짐을 갖고 계신 것 같다. 저를 보실 때마다 미안해 하시는데 제가 더 죄송스럽다. 그렇게 믿어주셨는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자책하며 “(스포츠에서) 모든 건 결과이기 때문에 표현할 수 없었지만 그조차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김 감독에게 진심을 전했다. 선수나 팀이나 늘 성공하고, 좋을 수만은 없다. 실패와 아픈 기억도 커리어 전체로 보면 큰 경험이다. 

21년 커리어를 마감한 오승환의 앞날을 김 감독도 응원했다. 김 감독은 “오승환 선수는 한국에서만 잘 던진 게 아니다. 일본에 가서도 성공했고, 미국에서도 그 공이 통했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노력을 많이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떠날 때는 다 아쉽지만 더 큰 일로 현장에 돌아올 수 있는 선수다. 은퇴를 하게 됐지만 존경하는 후배다.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고 덕담을 건넸다. /[email protected]

삼성 오승환(왼쪽)이 은퇴 투어 때 김경문 한화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삼성 오승환(왼쪽)이 은퇴 투어 때 김경문 한화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이상학([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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