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손흥민(33)이 손꼽아 기다리던 로스엔젤레스(LA)FC 홈 데뷔전에서 고개를 떨궜다. 골대 불운 속에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한 그는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LAFC는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LA의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시즌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서부 컨퍼런스 29라운드 홈 경기에서 샌디에이고 FC에 1-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LAFC는 11승 8무 7패, 승점 41로 서부 컨퍼런스 5위에 머물렀다. 3경기 더 치른 단독 선두 샌디에이고(승점 56)과 격차는 15점이 됐다.
이날 경기는 손흥민의 LAFC 홈 데뷔전이었다. 앞서 그는 지난달 7일 LAFC에 공식 합류한 뒤 3경기를 소화했지만, 모두 원정 경기였다. 손흥민은 각 경기에서 차례대로 페널티킥 획득과 1호 어시스트, 1호 득점을 올리며 기대감을 키웠다.
손흥민 역시 원정 3연전을 마친 뒤 "첫 골을 넣다니 정말 자랑스럽다. 이곳에 도착한 뒤로 정말 환영받고 있으며 난 클럽과 이 도시를 정말 사랑한다. 마침내 다음 주에 BMO에서 첫 홈 경기를 치른다. 여러분 모두 그곳에서 빨리 만나고 싶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침내 LAFC 홈 팬들과 만나게 된 손흥민. 예상대로 그는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했다. LAFC 합류 이후 꾸준히 '9번 역할'을 맡고 있는 그는 이날도 드니 부앙가, 다비드 마르티네스와 호흡을 맞추며 4-3-3 포메이션의 중앙 공격수로 나섰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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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좋았다. LAFC는 부앙가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부앙가는 전반 14분 절묘한 로빙 패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 골키퍼 키를 넘기는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도 곧바로 달려가 부앙가를 축하하며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샌디에이고가 빠르게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것. 전반 32분 이르빙 로사노가 박스 안 좁은 지역에서 공을 잘 잡아놓은 뒤 낮게 깔리는 슈팅으로 왼쪽 골문 하단 구석을 정확히 꿰뚫었다.
LAFC가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35분 손흥민의 코너킥이 한 끗 차이로 동료 발에 걸리지 않았다. 전반 45분엔 손흥민이 수비를 제친 뒤 예리한 감아차기로 골문을 직접 겨냥했지만,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전반은 1-1로 끝났다.
샌디에이고가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21분 안드레스 드레이어가 박스 안에서 개인기로 LAFC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왼발 슈팅을 날린 것. 공은 그대로 LAFC 골망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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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해진 LAFC는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후반 28분 손흥민의 오른발 감아차기가 골대를 강타했고, 후반 37분 부앙가가 결정적인 일대일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슈팅도 골키퍼에게 막혔다. 경기는 그대로 LAFC의 1-2 역전패로 끝났다.
이로써 손흥민은 LAFC 이적 후 첫 패배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2경기 연속골과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도전도 무산됐다. 특히 고대하던 홈 팬들과 처음 만난 자리이기에 더욱 패배의 상처가 컸다.
물론 패배 속에서도 손흥민의 클래스는 번뜩였다.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경기 후 "손흥민이 골대 앞에서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면 언제나 긍정적이다. 오늘도 몇 차례 괜찮은 찬스가 있었다. 하지만 골키퍼 선방, 골대, 또 하나의 선방이 있었다.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손흥민도 마찬가지"라고 호평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 치른 모든 경기가 우리 팀과 손흥민에겐 점점 나아지는 과정이었다. 올 시즌 남은 경기와 손흥민의 활약이 기대된다"라며 "물론 우리는 패배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홈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보다 순위표 위에 있는 팀과 경기에서도 더욱 그렇다. 하지만 오늘 밤 우리는 이길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에 경기력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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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파트너이자 기존의 LAFC 에이스인 부앙가 역시 "손흥민이 합류함으로써 내게 더 많은 공간이 나오고 있다. 그가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고립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서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경기 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오늘은 정말 특별했다. 팬들이 정말 대단했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오늘 팬들은 한 골이나 승점 0점보다 더 큰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아쉬워 했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손흥민은 "홈에서 다시 뛰는 게 너무 기대된다. 팬들은 날 환영해줬다. 오늘 밤을 정말 기다렸는데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렸다"라며 "하지만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프로 경기에서 항상 이길 순 없다. 그러니 결과를 존중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히 그 어느 때보다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손흥민은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는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정말 고맙다. 승리를 가져오지 못한 건 조금 운이 없었다"라며 "최선을 다했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좋았을 거다. 이런 경기에선 결정적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오늘 내가 해주지 못했다. 선수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더 빨리 적응해서 이런 상황에서 확실히 결정 짓고 싶다"라고 스스로 채찍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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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손흥민은 "지금까지 대단한 경기장들을 많이 경험했지만, 오늘은 아주 특별했다. 팬들은 정말 놀라웠고, 환상적이었다. 정말 집에 온 것 같았다"라며 LAFC 홈 팬들의 응원에 감탄했다.
이제 MLS는 막판 순위 경쟁에 접어들고 있다. 손흥민은 "난 여기 이기러 왔기 때문에 매일매일이 중요하다. 아직은 다음 시즌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라며 "지금 순위를 더 끌어 올려야 한다. 거기에 가장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대표팀에 가서 잘하고 돌아온 뒤 남은 두세 달 동안 좋은 폼으로 시즌을 특별히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