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2021년 창단 첫 통합우승 당시 외국인투수의 투혼 덕을 크게 봤다. 윌리엄 쿠에바스가 7이닝 2실점 108구 투구 이후 불과 이틀을 쉬고 나와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에서 7이닝 무실점 99구 투혼을 펼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직행을 이끌었다.
지난달 31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 극적인 7-6 끝내기 역전승 또한 외국인투수의 투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에이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KBO리그 입성 후 첫 구원 등판에 나서 데뷔 첫 홀드를 수확한 것이다.
헤이수스는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6회초 선발 오원석에 이어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불펜 등판이 낯설었는지 선두타자 패트릭 위즈덤을 스트레이트 볼넷, 오선우를 우전안타로 연달아 내보내며 무사 1, 3루에 처했지만, 김석환, 한준수, 대타 김태군을 연달아 삼진으로 잡고 실점 없이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다.
여전히 4-3으로 앞선 7회초 이상동에게 바통을 넘긴 헤이수스는 KBO리그 56번째 경기에서 데뷔 첫 홀드를 챙겼다.
헤이수스는 지난달 28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3사사구 7탈삼진 1실점(비자책) 101구 역투를 선보였던 터. 그런데 불과 이틀을 쉬고 불펜으로 나와 1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19구 투혼을 선보였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헤이수스는 소나기로 인해 이날 경기 전 예정돼 있었던 불펜피칭을 진행하지 못했다. 보통 이럴 경우 일정을 미루지만, 헤이수스는 코칭스태프에 불펜 등판을 자청했고, 6회초 마운드에 올라 실전에서 불펜피칭 스케줄을 소화했다. 남은 체력을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9월이기에 데뷔 첫 불펜 등판이 부담이 될 법도 했으나 헤이수스는 팀을 위해 투혼을 펼치는 결단을 내렸고, 결과적으로 이는 극적인 끝내기승리의 밑바탕이 됐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 OSEN DB
KT는 작년 12월 총액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투자해 키움 히어로즈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헤이수스를 영입하고 에이스 중책을 맡겼다. 계약 조건은 인센티브 없는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노옵션 풀 개런티.
헤이수스는 2024시즌 총액 80만 달러(약 11억 원)에 키움 유니폼을 입고 30경기 13승 11패 평균자책점 3.68(171⅓이닝 70자책)의 호투를 펼쳤다. 데뷔 첫해임에도 리그를 폭격하며 효자 외국인투수 타이틀을 얻었다. 탈삼진 2위(178개), 다승 공동 3위, 평균자책점 7위를 차지하며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수상자 후보에 이름을 올린 그였다.
헤이수스의 시즌 기록은 26경기 8승 8패 1홀드 평균자책점 3.99. 외인 1선발임을 감안했을 때 성에 차는 성적은 아니지만,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화면서 외국인선수 3인방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에 성공했다. 7월 1승 2패 평균자책점 8.87의 부진을 딛고 8월 두 차례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비롯해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86으로 반등하며 순위싸움이 치열한 시기 에이스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여기에 이틀 휴식 후 불펜 등판을 자청하는 팀퍼스트 정신까지 발휘, KT의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전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