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토종 에이스 원태인(25)이 또 10승과 함께 140이닝을 돌파했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가 되는 원태인의 가치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원태인은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4볼넷 2탈삼진 3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막고 삼성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3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되며 시즌 10승(4패) 고지를 밟은 원태인은 140이닝(142⅓)을 넘겨 규정이닝 확정을 눈앞에 뒀다. 평균자책점도 3.22로 이 부문 9위.
4일 휴식 등판으로 컨디션이 최고조는 아니었다. 1회 천적 노시환에게 개인 통산 5번째 홈런을 맞으며 2점을 내줬고, 2회 수비 중 홈을 커버하다 상대 3루 주자 김인환과 충돌로 넘어진 여파인지 밸런스도 흔들렸다. 시즌 최다 4개의 볼넷을 허용했지만 6회까지 버티며 16번째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이로써 원태인은 공동 다승왕(15승)에 오른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자 2021년(14승), 2022년(10승) 포함 개인 통산 4번째 두 자릿수 승수 시즌을 만들었다. 2020년부터 6년 연속 140이닝을 돌파했고, 2021년부터 5년 연속 144이닝 이상 규정이닝 확정도 머지않았다.
경기 후 원태인은 “시즌 전 10승을 최소로 꼭 하고 싶었다. 3경기 연속으로 경기가 잘 풀려서 10승을 할 수 있었다. 10승을 하면 경기에 임하는 마음이 조금 편해져 더 좋은 피칭이 나온다”며 “요즘 불펜 형들이 너무 잘 던지고 있어서 긴 이닝을 생각하지 않는다. 5이닝 100개를 던져도 되니까 최소 실점으로 막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불펜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회 홈에서 김인환과 충돌로 통증도 있었지만 원태인은 흔들리지 않았다. 손아섭에게 고의4구에 가까운 볼넷을 내주며 이어진 2사 1,2루에서 이도윤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실점 없이 넘어갔다. 그는 “마운드에서 안 좋은 티를 안 내려고 했다. 전부 투수를 보고 있는데 거기서 힘든 티, 아픈 티를 내면 (팀도) 같이 무너진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티를 안 냈다. 야수들이 그 마음을 알아줘 수비도 잘해주고, 점수도 잘 내준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10승에 또 140이닝을 넘긴 원태인은 “그게 저의 가장 큰 장점이다. 원태인의 장점이라고 말하면 내구성과 꾸준함, 언제나 상수로 생각되는 선발투수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려는 생각은 매년 똑같다. 올해 로테이션을 몇 번 거르긴 했지만 경기당 평균 소화 이닝 작년보다 좋다.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원태인의 이 같은 가치는 FA 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2019년 데뷔해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도 받은 원태인은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만 26세, 역대 투수 FA 최연소 나이로 시장에 나오게 된다. 지금껏 원태인처럼 젊고 꾸준한 선발투수가 FA 시장에 없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쉽게 측정할 수가 없다. 그 전에 삼성이 비FA 다년 계약으로 미리 붙잡을지, 아니면 선수 본인이 해외 도전으로 눈길을 돌릴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지금 당장은 삼성의 순위 싸움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최근 15경기 12승2패1무(승률 .857)로 급반등하며 3~4위에 승차 없는 5위로 치고 올라간 팀에 대해 원태인은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작년 2위를 지킬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좋다. 진짜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단순 몇 경기가 아니라 2주째 이어지고 있는데 선수들 모두 순위를 생각하기보다 오늘 한 경기만을 생각한다. 불펜 형들도 3연투를 희생하듯이 먼저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하고 있다. 야수들도 아픈 거 다 참고 열심히 한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선발투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발이 무너져서) 초반부터 포기하게 하는 경기를 만들어 버리면 그 한 경기로 인해 좋은 분위기가 한 번에 다 날아갈 수도 있다. 정말 집중해서 던지고 있다”면서 “순위표는 시즌이 끝날 때 마지막 경기를 하고 나서 보자는 생각으로 선수들 모두 한 경기에 모든 것을 다 덜고 있다”며 남은 시즌 한 달도 전력으로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