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표 노후 대단지인 은마아파트가 최고 49층, 6000세대 가까운 ‘미니 신도시’급으로 탈바꿈한다. 양천구 목동 11단지는 풍성한 녹지를 품은 대단지로 변신한다.
서울시는 1일 제9차 도시계획위원회 신속통합기획 정비사업 등 수권(授權)분과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안’과 ‘양천구 목동11단지아파트 재건축사업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경관심의안’을 모두 수정 가결했다고 2일 밝혔다. 수권분과위란 특정 권한을 위임받아 의사 결정을 내리는 위원회를 말한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된 낡은 아파트다. 지은 지 46년이 지났다. 그동안 열악한 주거 환경에 안전 우려까지 커지자 재건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서울시의 ‘35층 높이 제한’이 걸림돌이 됐다. 고층을 바라는 입주민 수요와 사업성 문제 등이 얽혀 정비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5층 룰’을 없애면서 속도가 붙게 됐다.
이번 수권분과위 결정으로 현재 14층 4424세대인 은마아파트는 최고 49층 5893세대로 탈바꿈한다. 5893세대 중 1090세대가 공공 물량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 물량에 공공분양주택도 포함돼 있다”며 “정비사업을 통한 공공분양주택 공급은 처음으로 앞으로 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쳐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에 대한 특별공급 등 세부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정비계획안에는 대치동 학원가 쪽 공원 지하에 400대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새로 짓는 방안도 담겼다. 현재 대치동 학원가 주변 도로는 학생들의 등·하원 시간에 맞춰 ‘라이딩(riding)’하려는 학부모들의 차량 행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 학원가 쪽과 학여울역 주변 2곳에 공원도 조성된다.
대치역 일대 침수대비책도 마련됐다. 4만㎥ 규모의 대형 ‘물그릇’인 저류조를 설치한다. 이밖에 은마아파트 단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폭 20m짜리 공공보행통로를 놓는다. 이 길은 이미 재건축 정비계획이 결정된 미도아파트 내 공공보행통로와 양재천 쪽 입체보행교와 이어진다.
이번 수권분과위 결정으로 양천구 목동11단지를 최고 41층, 2679세대(공공주택 352세대 포함) 대단지로 탈바꿈하는 재건축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11단지는 풍부한 녹지공간과 학군 등 빼어난 주거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녹지는 더욱 풍부해진다. 사업 대상지 인근 신트리공원(1만6409㎡)과 서쪽 계남근린공원을 잇는 근린공원(1만1540.6㎡)이 조성된다. 현 계획대로 라면, 2만7950㎡ 규모의 목동지구 남측 거점 공원이 만들어진다. 봉영여중과 목동고교 주변으로도 휴게공간 역할을 할 작은 공원이 들어선다. 또 고령사회에 대비해 낡은 기존 사회복지시설을 확대 조성하고, 여성발전지원센터도 새로 짓는다.
사업지 북측 목동동로변과 인접한 목동로3길변을 3m 확장하고 12단지와 사이 도로인 목동동로2길을 1.5m 넓혀 자전거도로 및 보행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은마아파트의 정비계획 변경 결정은 속도와 공공책임, 삶의 질 개선이란 세 키워드가 잘 이뤄진 대표 사례가 될 것”이라며 “목동 14개 단지는 집중공정관리를 통해 재건축사업을 신속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