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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데뷔전 패배에도 실망은 없다..."우리의 영웅이 LA에 왔다", "지금은 홈 경기날에도 식당 만원"

OSEN

2025.09.01 20:03 2025.09.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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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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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손흥민(33, LA FC)의 LA 홈 데뷔전은 단순한 경기가 아니었다.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국 교민 사회의 자부심과 열기는 오히려 더 뜨거웠다.

'ESPN'은 2일(한국시간) "손흥민의 홈 데뷔는 단순한 축구 경기 이상의 순간이었다. 로스앤젤레스 교민 사회가 보여준 열정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다"라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FC와 미국 메이저 리그 사커(MLS) 맞대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홈 데뷔전이었다.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분투했으나 결과는 1-2 패배.

지난달 7일 LA FC 이적 후 3경기 치렀지만, 모두 원정에서 뛰었다. 직전 경기 댈러스와 맞대결에서 환상 프리킥 골을 넣었던 그는 2경기 연속골 사냥에 나섰지만 이번 샌디에이고와 맞대결에서는 끝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날 BMO 스타디움은 만원 관중 속에서 손흥민의 첫 홈 경기를 맞이했다. 경기 전부터 수많은 태극기와 'You are my SONshine', 'Welcome to Sonny LA'라는 현수막이 걸리며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구단은 수요 증가에 맞춰 스탠딩 구역을 추가 개방했는데, 이 표마저 곧 매진됐다.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경기장은 귀를 찢는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ESPN은 "손흥민은 단순한 선수 이상의 존재였다. 로스앤젤레스는 그를 자신의 뿌리 연장선으로 환영했다"라고 묘사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오늘은 정말 특별했다. 팬들이 너무나 환상적이었기 때문에 더 아쉽다. 팬들은 더 좋은 결과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오늘은 정말 집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팬들이 따뜻하게 맞아줬다. 다시 홈에서 뛰길 기다릴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는 세계 최대의 한인 사회가 자리 잡고 있는 도시다. 그 중심인 코리아타운은 손흥민의 합류를 뜨겁게 반겼다.

코리아타운 기반 서포터 그룹인 'Tigers Supporters Group(TSG)'은 이번 홈 데뷔전에서도 중심에 섰다. ESPN과의 인터뷰에서 TSG 멤버 샘 코는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얼굴이자 아시아 전체의 슈퍼스타다. 우리의 영웅이 LA에 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멤버 대니얼 정은 "꿈이 현실이 됐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라며 감격을 드러냈다.

TSG는 2017년 소수의 교민들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한국인의 열정을 보여주는 그룹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멕시코, 엘살바도르 등 다양한 문화를 품었다. ESPN은 "TSG는 단순한 서포터 그룹이 아니라 코리아타운과 로스앤젤레스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소개했다.

흥미로운 일화도 있다. 2018년 여름 토트넘이 LA에서 훈련할 때, 멕시코 팬들이 손흥민을 TSG 멤버들에게 깜짝 소개했다. 당시 멕시코는 한국이 독일을 꺾으며 월드컵 16강에 올랐고, 그 기념 이벤트로 손흥민이 불쑥 나타난 것이다. ESPN은 "그날이 씨앗이 됐다. 언젠가 손흥민이 LA FC에 올 수 있다는 꿈이 시작된 순간이었다"라고 전했다.

손흥민의 이적은 경기장 밖에서도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왔다. ESPN은 "손흥민 유니폼은 현재 전 세계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다"라고 전하며 그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LA FC 티켓 가격은 무려 187% 상승했다.

코리아타운 내 술집과 식당들도 열기를 체감하고 있다. 한 교민 업주는 "예전엔 원정 때만 팬들이 모였는데, 지금은 홈 경기 때마다 가게에 사람들이 몰린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한식당 '브라더스 코리안 BBQ' 사장은 가게 외벽에 손흥민 벽화를 직접 그렸다. 선수 측 요청으로 철거가 요구되자 그는 손흥민 얼굴 위에 자신의 얼굴을 덧그리는 재치로 대응했다. 그는 "나는 큰 손흥민 팬이고, 그가 여기 LA에 온 게 자랑스럽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날 손흥민은 득점에 실패했지만, 기회는 충분히 만들었다. 전반 45분 상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를 이끌어낸 슈팅, 78분 골대를 강타한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추가시간에도 두 차례 슈팅을 시도하며 끊임없이 위협을 가했다.

스티브 체룬돌로 LA FC 감독은 "손흥민은 올바른 움직임을 보여줬다. 두세 차례 좋은 찬스가 있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시즌이 갈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경기 데이터에서도 LA는 기대 득점(xG) 1.48로 샌디에이고(0.93)보다 높았지만, 효율성에서 밀리며 1-2로 패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한동안 중앙 서클에 홀로 서서 팬들의 환호를 감상했다. 이후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오늘 결과는 아쉽지만 팀이 정말 노력했다. 우리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라고 강조했다.

LAFC는 과거 올리비에 지루 영입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그러나 ESPN은 "손흥민은 이미 MLS 최고의 투자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교민 사회는 그를 '우리의 선수'로 지지한다"라고 전했다.

TSG 멤버 존 리는 "손흥민 영입으로 코리아타운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이제 사람들이 LA와 축구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멤버 정은 "손흥민은 우리를 대표한다. 코리아타운 전체가 자랑스러워한다. 한국인들은 응원할 때 언제나 올인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결과는 패배였지만, 손흥민의 홈 데뷔전은 LA 한인 사회의 자부심과 MLS 흥행 열기를 동시에 확인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제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손흥민이 LA 무대에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주목된다. /[email protected]


정승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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