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차 상법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차 상법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을 포함한 5건의 법률 공포안이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대주주가 아닌 일반주주의 표로 최소 1명이 감사위원으로 선출될 수 있게 하는 장치로 소수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의미가 있다.
앞서 지난 7월 3일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이에 이은 추가 개정안인 셈이다.
2차 상법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1년 뒤 시행된다.
정부 여당이 의지를 보여온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이다.
노란봉투법은 법률안 공포일 6개월 후부터 시행된다.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은 지난 24일과 25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벌였으나 여당에서 적극 강행하며 국회를 통과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방송 3법' 중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방문진법은 MBC 대주주인 방문진 및 EBS의 이사 수를 기존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는 게 골자다.
이 외에도 한국산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30조원에서 45조원으로 상향하고 첨단 산업에 대한 금융 자금 지원을 위한 10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이 대통령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전략과 경제성장률에 대해 보고받았다.
AI 고속도로 구축의 핵심인 첨단 GPU(그래픽 처리장치) 확보 계획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구매하기로 한 물량을 내년까지 모두 확보할 수 있느냐"며 진행상황을 살폈다.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수출환경 변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새로운 품목을 개발해 육성하는 수출 다변화, (새 수출국을 개척하는) 지역 다변화는 매우 중요하다"며 "이 부분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를 위해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하는 동시에 외교 공관 등을 첨단산업 수출의 교두보로 활용해보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임금체불·산업재해 관련 문제를 재차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저도 월급을 많이 떼어먹혀 봤다. 노예도 아니고 일을 시킨 뒤 월급을 떼먹으면 안 된다"며 "처벌과 제재가 약해서 그렇다. 임금 체불에 대해서는 아주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체불도 많다는데, 이들이 강제 출국을 당하면 영영 떼먹을 수 있어 그렇다고 하더라"며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임금을 받을 때까지 출국 보류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게 법무부도 신경 써달라"고 강조했다.
관심 사안 중 하나인 산업재해도 언급했다. "요즘 매일 제가 보고를 받는데, 안전장치 없이 작업하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폐쇄 공간에 들어갔다가 질식사하는 일이 계속 발생한다"며 "중대재해의 경우 징벌배상의 범위를 좀 넓히는 것은 어떤가"라고 주문했다.
회의 중간중간에는 농담도 오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제가 더불어민주당에 있을 때 '민주당 AI 강국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며 "위원장은 바로 이재명 대표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총선에서 전북 전주병에 당선됐던 그는 "AI 관련 예산이 내년 경남과 전북에 각 400억원 배정됐는데 국회에서 증액 요구를 하려 한다. 기획재정부가 동의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갑자기 전북 얘기를 하시나. 국무회의에서 국회의 냄새가 난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