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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마약 감기약, 고교생도 끼었다…'환각 놀이' 빠진 MZ

중앙일보

2025.09.01 21:47 2025.09.0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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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알게 된 10~20대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마약성 의약품을 술과 함께 과다 복용하며 환각파티를 하고 있다. 사진 부산본부세관
우울증을 앓고 있던 대학생 A씨(23)는 2024년 3월 우울감을 드러내는 온라인 SNS 계정, 일명 ‘우울계’에서 마약성 의약품으로 환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A씨는 이곳에서 습득한 정보로 미국, 일본 등에서 코데인 및 덱스트로메토르판이 함유된 감기약 등을 국제우편으로 밀반입했다.

처음 소량 구매하던 A씨는 점점 대담해져 2025년부터는 구매 품목은 타이레놀로 신고하고, 1회 구매 최대치인 6통을 밀반입했다. 총 17번에 걸쳐 마약성 의약품 총 2188정을 구입한 A씨는 결국 세관에 꼬리가 잡혔다. A씨와 같은 비공개 채팅방에서 습득한 정보로 마약성 의약품을 구입했던 대학생 B씨(22)와 고교생 C씨(17)씨도 검거됐다.

관세청 부산본부세관은 해외 직구로 마약성 의약품을 밀수입한 10대와 20대 3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A씨는 환각 효과를 얻기 위해 1회 복용량이 1정인 마약성 의약품을 한 번에 최대 100정까지 복용했다”며 “세관 조사를 받고 귀가한 당일에도 총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마약성 의약품을 다시 주문할 정도로 심각한 증독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또 A씨는 10·20대 또래 집단이 모인 SNS 비공개 단체 채팅방에 마약성 의약품 밀수 수법과 과다복용하는 일명 ‘오디(OD, OverDose)’ 방법 등을 공유했다. 또 복용 후 남은 의약품을 판매하는 창구로도 활용했다.



SNS로 밀수 방법·환각 극대화 공유…오프라인서 환각 파티


A씨와 함께 적발된 B씨와 C씨 모두 채팅방에서 만난 사이다. B씨는 2024년 8월부터 마약성 의약품 총 1688정을 11회에 걸쳐 분산 밀반입했다. 세관에 적발돼 1차 조사를 받고 난 후에도 다른 비공개 채팅방으로 옮겨 활동을 이어갔다고 한다. 고등학생인 C씨는 중학생이던 2024년 채팅방을 접했고, 1년 정도 지켜보다 올해 1월 처음으로 마약성 의약품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이들 3명이 마약성 의약품 구매에 쓴 돈은 230만원 정도”라며 “일본이나 미국 드러그스토어에서 마약성 감기약을 저렴하게 파는 탓에 손쉽게 마약류를 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이 가입한 채팅방에서는 마약성 의약품을 분말화해 코로 흡입하거나 일반의약품·식품과 혼합 복용해 환각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 등을 공유했다. 또 오프라인에서 만나 술과 함께 마약성 의약품을 과다복용하는 ‘환각 파티’를 열기도 했다.



10~20대 마약사범 급증…마약 노출 연령 점차 낮아져


마약 거래장이 SNS로 옮겨오면서 10대~20대 마약사범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손쉬운 비대면 SNS 거래를 틈타 10~20대가 마약 범죄의 타깃이 됐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검거된 마약사범 10만3231명 가운데 10~20대는 총 3만4627명이다. 전체 마약사범의 33.5%를 차지한다. 20대 마약사범은 2020년 4493명으로 전체 24.9%를 차지했지만 2024년에는 7515명으로 전체 32.5%로 증가했다.

10대 마약사범은 2020년 313명으로 전체 1.7%에 불과했는데 2023년에는 1477명으로 5.3%까지 치솟았다. 2024년 649명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비중은 2.8%로 5년 전보다 높다.

최창욱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장은 “과거 필로폰은 비싸고 접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마약 종류가 500여종으로 늘어나고 가격 또한 저렴해지면서 10~20대가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며 “중학생 때부터 예방 교육을 해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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