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F 케네디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백신불신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전 모나레즈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해임된 것 관련, 전직 CDC 국장들이 “미국인의 보건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조치”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로셸 P 왈렌스키 등 CDC 전직 국장 9명은 ‘케네디는 모든 미국인의 건강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모두 CDC 국장 또는 국장 직무대행을 지낸 이들로,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지미 카터 행정부 이래 모든 정권 시절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공중보건 전문가인 모나레즈 국장은 지난 1월 23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임시 국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3월 24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정식 국장 지명을 발표했으며 7월 29일에 상원 인준을 통과해 같은 달 31일부터 직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취임 한 달 차가 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는 돌연 모나레즈 국장의 해임을 발표했다. 케네디 장관은 연방 보건기관 개편 및 미국 예방접종 정책 변경 추진 정책의 일환으로 모나레즈 국장을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국장들은 기고문에서 모나레즈 국장이 케네디 장관의 ‘백신 회의론적이고 정치적이며 반과학적인’ 지침을 따르지 않아 해임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나레즈 국장은 ‘근거 없고 위험한’ 백신 권고안을 승인하고 CDC 고위 간부들을 해임하라는 케네디 장관의 요구를 거부했다”며 “케네디 장관이 지난 몇 달 동안 CDC와 미국의 공중보건 체계에 가한 조치는 우리가 그간 경험했던 그 어떤 것과도 달랐고, 결국 모나레즈 박사를 해임하기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나레즈 국장은 CDC 고위 간부 해임 요구를 거부한 뒤 해임됐다. 모나레즈 해임에 반발한 CDC 고위 간부들도 자진 사퇴했다고 한다.
이들은 또 케네디 장관이 지난 2월 취임 이후 시행한 각종 백신 회의론적 조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전직 국장들은 “케네디 장관은 홍역이 창궐하는 시점에 백신을 폄하하고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집중했으며, (백신) 연구 투자를 취소해 향후 공중 보건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케네디 장관은) 연방 보건 자문위원회를 자격 없는 인물들로 채웠는데 이들은 잘못된 연구를 근거로 한 부정확한 주장을 토대로 세계 백신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지원 종료를 선언했다”며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모든 미국인은 이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케네디 장관을 옹호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제약사들이 각종 코로나 치료제의 성공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많은 사람은 이 약들이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한 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이어 “CDC가 이 문제로 인해 분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답을 원한다”며 “제약사들은 지금 당장 CDC와 대중에게 자료를 공개해 이 혼란을 끝내야 한다”며 제약사들에 자사 제품의 성과 수치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