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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이겨낸 엄마의 자살…"유품 버려요" 그 딸이 챙긴 1가지

중앙일보

2025.09.01 23:14 2025.09.0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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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중앙플러스-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그들은 왜 쓸쓸한 결말을 맞았을까요. 유품정리사 김새별 작가가 삶과 죽음에 대해 묻습니다. 중앙일보 유료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가 ‘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30)을 소개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플’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빌라 건물을 상속받는 이들을 가끔 본다.
부모가 어렵게 일군 나름의 ‘부동산 사업’을 돌아가신 뒤 떠맡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신세 안 지고 월세 받아먹으며 노후를 보내겠다며 원룸 건물을 장만한다. 막상 임대사업을 시작해 보면 월세 받아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세입자 구해야지, 월세 밀리면 독촉해야지…. 수도며 가스며 도배까지 각종 민원도 응해야지. 노후를 편하게 살려다가 팔자도 자격도 없는 주택관리사의 바쁜 삶을 살게 된다. 그나마 같은 건물에 살거나 동네가 가까우면 세입자 민원에 그때그때 반응한다.

하지만 먼 동네 건물을 덜컥 샀다가 오가는 길에 시간과 돈을 뿌리는 경우도 있다. 또 멀리 대도시에 자리 잡은 자식이 상속받게 되면 말만 ‘건물주’일 뿐, 건물 관리도 버겁고 처분도 쉽지 않아 애먹는 수가 있다. 그래서 따로 사람을 두고 청소 등을 맡기는데, 주인이 직접 챙기지 않는 건물에서는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시설 유지·관리뿐 아니라 사람의 생명도….

이번에 내가 본 현장도 그랬다.
“제가 서울에 살아요. 거기까지 몇 시간씩 걸리니까 자주 못 가봐서….”
의뢰인은 10여 년 전에 오래된 빌라를 상속받았다.
세입자가 많지도 않은 4층 건물이었다.

간혹 세를 밀리는 세입자들에겐 딱히 독촉도 안 했다고 한다.
한두 달 끊기다 뭉터기로 입금하기도 하니, 그네들의 사정도 어느 정도 짐작됐기 때문이다. 떼먹는 게 아니라 힘든 거다. 처음엔 따져보다가 좀 지난 뒤엔 웬만하면 그냥 모른 체 뒀다고 한다. 밀린 세를 합쳐 보낼 때마다 뭐라 싫은 소리를 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번엔 좀 너무 오래 세를 밀린 집이 있어서 직접 찾아갔던 차였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건물.
현관문에서부터 이상한 냄새가 감돌았다.
싫은 기분, 무서운 상상을 간신히 억누르며 계단을 올라 세가 밀린 3층 집으로 향했다.

‘엊그저께 찾아간다고 통화까지 했는데, 그새 설마?’
3층 세입자는 사정이 생겨 방을 좀 미리 빼야겠다며 이런저런 소리를 했던 참이었다.
전화상으론 잘 정리가 안 돼서 직접 찾아온 거였다.
의뢰인은 혼자 온 게 너무 겁났다.
남편이랑 같이 올 것을….

두려운 마음으로 문제의 집 벨을 눌렀다.
한 번, 두 번….
한 시간은 지난 듯 진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가는 순간.

우당탕….
집 안에서 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주저앉을 뻔했다.
‘누구지? 무슨 일이지?’
뭔지 모를 공포감에 화들짝 뒷걸음을 치다 휘청했다.

“누구세요?”
세입자인가? 세입자겠지? 세입자여야겠지….

세입자는 홀로 사는 중년 남성이었다.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져 월급도 못 받다 보니 세를 못 내서 미안하다는 거였다. 더 있어봐야 사정이 뻔할 거 같아서 다른 도시에서 새로 직장을 얻었다고. 그래도 당장 돈이 생기는 게 아니다 보니, 보증금에서 까는 걸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사정이었다. 새로 세입자를 들여야 돈이 돌아 남은 보증금도 돌아가게 되니 한두 달만 더 봐주기로 하는 정도의 교섭.

형편이 나빴을 뿐 사람이 나빠 보이진 않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 공감도 하고 오해도 풀었다. 벨을 누르면서 혹시나 했던 공포감이 사라지자 대화 중에 웃음도 터뜨릴 수 있었다.

그런데 거기까지만 코미디였다.
이야기를 좋게 마무리하고 나서는데 남자가 물었다.

“근데요, 요 며칠 계속 아래층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의뢰인도 들어오며 맡은 그 냄새였다.

“그렇죠?”

냄새의 뿌리를 더듬어 찾아간 2층 집.
벨을 눌러도 답이 없다.
묵직한 침묵이 그 냄새처럼 깔렸다.

의뢰인은 그 집의 세입자가 누군지 알았다.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50대 후반 여성.
월세가 아닌 전세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집이었다.
아주머니도 남에게 신경 쓰이게 할 일 없는 조용한 분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사연도 대충은 알았다.
당장 경찰에 알려 확인한 현장은 짐작과 다르지 않았다.
이지우 디자이너

고인의 마지막 흔적은 안방 침대 위였다.
침대 아래에 실리콘 냄비 받침을 3겹이나 깔아놓았다.
그 위엔 식당에서 많이 쓰는 ‘스뎅 쟁반’이 얹혔고, 그 위에 캠핑용 미니 화로를 놓았다.

의뢰인 건물주로부터 전해 들은 사연은 이랬다.
고인은 부모님 때부터 그 집에 세들어 살았다.
처음엔 딸과 둘이서 월세를 살았다.
딸이 성인이 되며 여유가 생긴 건지 월세를 전세로 바꿨다고 한다.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전세계약서, 진료확인서, 통장 몇 개 등이 나왔다.
보증금은 7500만원.

“어느 날 유방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수술은 잘됐는지 표정도 밝아지고 좋아 보였는데…”

(계속)

큰 병도 이겨냈는데 대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집 안엔 딸의 짐으로 보이는 게 너무 없어 이상했다.
딸이 살았던 것 같은 작은방은 창고가 돼 있었다.

유품 정리를 위해 집주인이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분 따님이 다 버려달래요.”
엄마의 유품을 찾지 않는 딸은 딱 하나만 요구했다.
모녀에겐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암 이겨낸 엄마의 자살…"유품 버려요" 그 딸이 챙긴 1가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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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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