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싱 수법으로 해외 신용카드 정보를 몰래 빼앗은 뒤 국내에 위장 카드 가맹점을 개설해 수십억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1계는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카드 단말기를 이용한 NFC 결제 방식으로 약 30억원의 허위 매출을 일으킨 32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중국으로 카드 단말기를 밀반출한 A씨(62) 등 모집책 4명 중 2명은 구속 상태로, 위장 가맹점의 단말기를 양도한 B씨(51) 등 명의대여자 28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총책 60대 C씨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경찰이 밝힌 범행 구조는 이렇다. 총책 C씨는 스미싱으로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해 신용카드 정보를 탈취했다. NFC 기능 활성화 시 생성되는 결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앱이었다고 한다. 이후 A씨 등 국내 모집책은 명의 대여자에게 접근해 위장 가맹점을 개설하고 카드 단말기를 개통했다. 이후 C씨는 중국으로 밀반출된 카드 단말기를 이용해 NFC 결제로 허위 매출을 발생시킨 뒤 국내 카드사에 카드대금 승인요청을 넣었다. 카드사에서 선지급 받은 범죄 수익은 중국 총책, 모집책, 명의 대여자가 나눠 가졌다. 명의 대여자는 약 16~18%, 모집책은 20~40%를 분배받았다고 한다.
카드 정보가 털린 피해자는 모두 외국 국적이었다. 국적은 70여 개에 달했고 미국 국적 피해자가 가장 많았다. 소액 결제로 범죄가 이뤄진 탓에 부정 결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피해자가 많았다고 한다. 부정 결제 7만7341건 중 5만원 이하 소액 결제 건수가 3만9405건으로 절반을 넘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국내 카드사에 이상 거래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7월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NFC 결제 정보를 탈취하는 별도 조직이 중국에 따로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4월 금융보안원은 몰래 빼앗은 NFC 결제 정보로 부정 결제나 무단 출금하는 사례가 해외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김성호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1계장은 “실물 카드를 위조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NFC 결제방식이 확산하는 금융 환경에 맞춰 범행 수법이 진화했다”며 “주기적 악성앱 설치 여부 점검, 미사용 시 NFC 기능 비활성화, 신용카드 사용 알림 설정 등 방법으로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