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6~17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금·은 값이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금리 인하기엔 달러 약세로 금·은과 같은 안전자산 선호가 커져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선물거래소에서 금 선물 근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13% 오른 온스당 3551.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22일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동부시간 기준 2일(현지시간) 들어서도 거래 초반 가격이 온스당 3565.50달러까지 치솟았다.
국제 금값은 지난 4월에도 온스당 3425달러선까지 올랐다. 당시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포하자 안전자산 수요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후 관세 유예와 무역협상이 이어지며 최근까지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다 최근 Fed의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면서 가격이 박스권을 뚫고 다시 고공 행진하고 있다. WSJ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연설에서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최근 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게 나왔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면서 금 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에 이어 대표 귀금속으로 분류되는 은 가격도 동반 강세다. 1일 뉴욕선물거래소에서 은 선물 근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2.43% 오른 온스당 41.65달러를 기록했다. 은 가격이 40달러를 돌파한 건 무려 2011년 9월 이후 14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연준을 압박하는 것도 금·은 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Fed에 금리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한 데 이어 지난달엔 Fed 이사 중 한 명인 리사 쿡 이사를 전격 해임 통보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더 나가 연준 장악에 나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와 관련해 “미국 경제의 안정성, 결과적으로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이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WSJ는 “시장에서 미 중앙은행(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에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을 불안하게 보고 있으며, 안전자산인 금·은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