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임금 체불을 ‘임금 절도’로 규정하고 최대 5년 징역으로 처벌 수위를 높인다. 상습적이거나 악의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피해 금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노동부는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임금 체불 근절 추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런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임금 체불에 대한 법정 형량을 높이고 경제적 제재 기준을 강화한다. 근로기준법상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 상한을 현행 징역 3년 이하에서 5년 이하로 올린다. 이는 횡령 등 재산 범죄와 형량 수준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도 강화된다. 명단 공개 기준을 현행 ‘3년 내 2회 이상 유죄 확정’에서 ‘1회 이상’으로 확대한다. 공개된 사업주의 체불 자료는 신용정보기관에 제공해 금융 대출 심사에 제한을 받도록 한다. 명단에 오르면 위반 정도에 따라 정부와 공공기관 발주 공사 참여가 제한되거나 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명단 공개 후에도 임금 체불을 반복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출국 금지 조치가 검토된다. 상습 체불 사업주에게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범죄)가 적용되지 않으며, 고의성이 인정되면 피해 근로자가 법원에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은 임금 체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에서 나온 조치다. 지난해 임금 체불 총액은 2조448억원으로 처음 2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6월 기준 1조10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이날 정부는 임기 내 임금 체불을 1조원 수준으로 줄이고 청산율을 95%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날 정부는 체불 노동자 보호 대책도 내놨다. 임금채권보장법을 개정해 도산사업장의 대지급금 범위를 현행 ‘최종 3개월분 임금’에서 ‘최종 6개월분 임금’으로 확대한다. 또 현재 약 30%에 그치는 대지급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근로복지공단 내 회수전담센터를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한다. 아울러 ‘빚을 내서라도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사업주에게는 청산 의지와 사업 회복 가능성 등을 심사해 지원하는 정책융자 한도를 현행 1억5000만원에서 더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퇴직연금 의무화도 추진한다. 전체 체불액의 40%를 차지하는 퇴직금 체불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목표는 전 사업장 적용으로, 노동부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임금 체불 감독도 강화된다. 올해 하반기를 임금 체불 근절을 위한 집중 관리 기간으로 설정하고, 감독 대상 사업장 수(계획 기준)를 1만5000개소에서 2만7000개소로 대폭 늘린다. 또 정부는 올해 하반기를 임금 체불 근절 집중 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감독 대상 사업장을 기존 1만5000개소에서 2만7000개소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임금 체불은 노동자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임금 절도이자 중대한 범죄”라며 “노동존중사회의 출발점이자 기초노동질서 확립의 초석은 임금 체불 근절”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는데도 주지 않거나 재범하는 경우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엄정 대응을 재차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