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테니스 베테랑 비너스 윌리엄스(45·미국)가 레일라 페르난데스(22·캐나다)와 세대를 뛰어넘는 호흡을 자랑하며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 복식 8강에 올랐다.
윌리엄스-페르난데스 조는 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복식 16강전에서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러시아)-장솨이(중국) 조를 2-0(6-3 6-4)으로 물리쳤다. 윌리엄스가 메이저대회 여자 복식 8강에 오른 건 2016년 윔블던에서 우승한 뒤 9년 만이다. US오픈에서 8강 무대를 밟은 건 2014년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윌리엄스-페르난데스 조는 카테리나 시니아코바(체코)-테일러 타운센드(미국) 조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타운센드와 시니아코바는 각각 복식 랭킹 1, 2위인 이 종목 강자로 이번 대회엔 1번 시드로 출전했다.
1980년생으로 만 45세인 윌리엄스는 와일드카드를 받아 페르난데스와 함께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윌리엄스는 페르난데스와 나이 차가 23살인 데다 처음 짝을 이뤘으나, 마치 오랜 파트너처럼 찰떡궁합을 보였다. 이들은 1회전부터 이날까지 3경기에서 무실세트 행진을 펼쳤다. 윌리엄스는 최근 오랜 공백기를 깨고 코트에 돌아왔다. 비너스는 지난해 3월 마이애미오픈 직후 자궁근종 수술을 받고 선수 생활을 중단했다.
은퇴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와 상황이었지만 1년 4개월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비너스는 메이저대회 우승만 7차례에 세계 1위에까지 올랐던 수퍼스타다. 동생 세리나(44)와 2000~10년대 세계 여자테니스계를 양분했다. 세리나는 메이저대회에서 23차례 우승했다. 세리나는 2022년 9월 은퇴했지만, 비너스는 여전히 코트를 누빈다. 이번 대회엔 여자 복식은 물론이고 혼합복식과 여자 단식에도 출전했다. 여자 단식과 본선 일정에 앞서 열린 혼합복식에서는 모두 1회전 탈락했다.
윌리엄스는 여자 복식 8강에 오르자, 14차례 메이저대회 복식 우승의 순간들을 모두 함께한 '영혼의 파트너'이자 동생인 세리나(44)의 이름을 불렀다. 비너스 윌리엄스는 경기 뒤 "세리나가 나와 레일라가 호흡을 맞추는 걸 보며 매우 기뻐하며 조언을 많이 해준다. 우리는 세리나가 (코치들이 앉는) 박스석에 있기를 바란다"면서 "세리나, 경기장에 꼭 와야 해!"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