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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루선 '외교쇼' 광장선 '무기쇼'…美 때릴 '전략핵 4형제' 뜬다 [미리보는 中열병식]

중앙일보

2025.09.02 00:08 2025.09.0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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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9월 3일 둥펑-21D 대함 탄도미사일 부대가 천안문 앞을 지나고 있다. 3일 중국은 천안문에서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고 첨단 무기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AP=연합뉴스
3일 오전 9시(현지시간)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는 80발의 예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전승절(戰勝節·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대회) 행사가 막을 올린다.

이날 천안문 망루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대에 응한 반(反)서방 성향의 ‘CRINK(중국·러시아·이란·북한)’ 4개국 등 25개국 정상이 함께한다. 70주년과 80주년에 모두 참석하는 13개국과 새로 합류한 12개국 정상이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외교쇼’에 동참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던 한국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하며,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국내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막판 불참을 결정했다. 정상급 외빈은 10년 전보다 1명 늘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중국 중앙기상대는 앞서 3일 베이징 지역에 가벼운 비가 내리는 기온 22~29℃ 날씨를 예보했다. 그러나 전날 약한 바람이 부는 흐린 날씨에 22~30℃로 예보를 수정하면서 비교적 쾌적한 날씨를 예상했다.

지난 2015년과 2019년 10시에 열렸던 열병식과 달리 올해는 시작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다. 본행사는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오전 8시 30분 천안문 뒤의 단문(段門) 앞 광장에서 각국 귀빈과 배우자를 맞이하면 시작한다. 기념 촬영이 끝나면 시 주석 부부는 귀빈을 안내해 천안문 망루로 함께 오른다.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등과 한 앵글에 들어오는 사진이 포착될지 주목된다.

열병식은 9시 정각 리창 총리의 사회로 시작될 전망이다. 예포가 울리며 군 의장대가 천안문광장 중앙의 인민영웅기념비에서 국기 게양대까지 행진한다. 이후 시 주석의 기념 연설이 이어진다. 10년 전에는 30만 감군과 “정의필승, 평화필승, 인민필승”을 외쳤다. 올해는 미국 등 서구 연합군 중심의 기존 2차 세계대전 역사 서술과 다른 중국과 구소련의 기여를 강조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2차대전 종전, 유엔 성립, 대만 광복 80주년 등 ‘3개의 80주년’을 부각하며 조국통일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최첨단 무기를 과시하는 열병식이 시작된다. 시 주석은 중국산 훙치(紅旗) 무개차를 타고 천안문을 나와 열병 총지휘관으로부터 준비가 완료됐다는 보고를 받는다. 베일에 가려진 열병 총지휘관의 신상도 군 통수권과 관련해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이후 시 주석은 장안대가를 따라 약 3㎞ 도열한 부대를 사열한다.

시 주석이 “퉁즈먼 하오(同志們好·동지들 안녕하십니까)”를 외치면 장병들은 “주시 하오(主席好·주석님 안녕하십니까)”라고 화답한다. 지난 1984년 건국 35주년 사열부터 덩샤오핑이 정한 “서우장 하오(首長好, 대장님 안녕하십니까)”는 2019년 건국 70년 열병식부터 마오 시대의 “주시 하오”로 돌아갔다.

이후 분열 행진이 시작된다. 먼저 공중 헬기 편대가 초대형 당기→국기→군기를 앞세워 천안문 상공을 비행하고, ‘80’자 대형을 그리는 헬기 편대가 그 뒤를 따른다. 지상에서는 의장대, 육·해·공·로켓군, 정보지원·항공우주·사이버군과 여성 민병부대 등 도보부대가 일사분란하게 행진한다. 항일전쟁 당시 부대 깃발 등 군기대오가 뒤를 이어 천안문을 통과한다.

지상 무기장비 부대는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를 이룰 전망이다. 육상작전(LZ)→해상작전(HZ)→방공(FK)→정보작전(XZ)→무인작전(WR)→후방지원(HF)→전략타격(ZL) 순서로 7대 작전군으로 구분한 500여 대의 중국산 실전 배치 무기가 행진한다. 이 가운데 러시아의 핵어뢰 ‘포세이돈’과 유사한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인 AJX002과 위장포에 가렸던 개량형 수중드론, 스텔스 드론 리젠(利劍)과 정찰 드론 우전(無偵), 2019년 첫 선을 보였던 초음속 탄도미사일 둥펑-17의 차세대 모델인 둥펑-27, 잉지(鷹擊)-21 등 ‘게임체인저’급으로 분류되는 신무기가 베일을 벗는다.

지상무기의 피날레는 전략핵 4형제가 장식한다.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2,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31AG, 둥펑-5B, 둥펑-41까지 2019년의 핵 전략무기 체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주목된다.

첨단 무기가 천안문을 지날 때 김정은 위원장의 표정도 중요하다. 홍콩 봉황망은 최근 “북한 당 기관지의 베이징 특파원 한 명이 러시아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북한의 무기체계와 다른 중국산 무기의 성능 확인을 최고지도자의 참석 이유로 꼽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항공 편대가 천안문 상공을 가로지른다. 조기경보기와 지휘기, 전투기, 폭격기, 전략 수송기 등 최신예 항공기 편대로 구성된다. J-35와 2인승 J-20S 등 스텔스 전투기가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홍콩 언론은 지난달 두 차례 예행연습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6세대 전투기의 등장 여부를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내·외신 매체의 취재 열기도 뜨겁다. 천안문 현장 취재가 허용된 기자들은 당일 새벽 3시 45분에 시내 프레스센터에서 보안 검사를 받고 전용 버스를 이용해 이동한다. 주최 측은 “공식행사 시작 40분 전부터 현장은 침묵 기간”이라며 이동이 금지된다고 통지했다.

10년 전과 천안문 망루의 좌석 배치도 달라질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은 2일 “김 위원장이 3일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천안문에 서서 ‘삼각 연대’를 재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0년 전 시 주석 왼쪽으로 2022년 숨진 장쩌민 전 주석, 후진타오 전 주석, 현 정치국 상무위원이, 오른쪽으로 외빈이 앉았던 것과 다른 방식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지난 1959년 김일성이 마지막으로 천안문 열병식에 참석했던 당시 중국 지도자와 외국 지도자가 번갈아 앉았던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명보는 “예우가 필요한 후진타오(82) 전 주석이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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