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일 회사 측에 성과급 제도 개편을 요구했다. 전날 SK하이닉스 노사가 오랜 협상 끝에 직원 1인당 약 1억원가량의 2025년 성과급(초과이익분배금)을 지급하기로 잠정합의하자, 삼성전자 노조도 성과급 문제를 노사 협상에서 쟁점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 5개 계열사 노조를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노조는 ‘낡은 성과급 제도와 변함없는 회사’라는 제목의 공문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에게 전달했다.
초기업노조는 공문에서 “SK하이닉스가 최근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지급’을 확정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투명하지 않은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 방식으로 성과급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VA 방식 기준은 직원 누구도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 제도’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2021년 영업이익을 성과급 산정 기준으로 변경한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경제적 부가가치(EVA)라는 자체 산정 공식에 따라 직원 성과급을 정하고 있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향후 투자액 등을 제외한 금액으로 영업이익의 절대 숫자가 커도 연구개발(R&D)나 시설투자에 쓴 비용이 많다면 성과급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삼성전자 사측이 EVA의 구체적인 계산 방식을 공개하지 않아, 삼성 직원들 사이에선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불을 댕긴 건 SK하이닉스 노사가 지난 1일 잠정합의한 2025년 임금협상안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기본급의 최대 1000%’였던 초과이익분배금(PS)의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 전체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올해 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이익 37조원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직원 1인당 1억원이 넘는 성과급이 지급될 예정이다.
삼성 초기업노조는 “(EVA 방식은) 영업이익이 높다 하더라도 특정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성과급이 0원이 될 수도 있으며, 상한선도 존재한다”며 “삼성전자 직원들의 사기와 회사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에 와 있다. 최소한 변하려는 모습이라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