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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시사한 '화성-20형'은…소형화·다탄두 ICBM 관측

중앙일보

2025.09.02 00:51 2025.09.02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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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미사일 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생산 공정과 대출력 미사일 발동기 생산 실태를 파악했다고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중 하루 전인 1일 미사일총국 산하 연구소를 방문해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의 개발을 시사했다. 차세대 ICBM은 동체 소형화와 탄두부의 다탄두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관측되는데, 북·중·러 회합을 앞둔 김정은이 한층 향상된 ICBM을 꺼내 들며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의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연구분야 연구원들을 면담하고 성과를 보고받았다. 이와 관련해 통신은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신형 고체 발동기의 최대 추진력은 1960kN(킬로뉴튼)”이라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9’형 계열들과 다음 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20’형에 이용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초고열 소재인 탄소복합재료(C/C Composite)를 적용한 고체 연료 기반 차세대 ICBM 엔진을 개발 중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은 해당 소재를 활용해 엔진 외부 케이스 제작 또는 내부 노즐목 등에 안정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김정은이 2017년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방문했을 때도 “(ICBM에 적용하는)최첨단 탄소복합재료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8년간의 자체 연구에 더해 최근 러시아 측의 지원 등을 토대로 기술 측면에서 비약적인 진전을 이뤘을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전날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이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현지에서 '발사훈련'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정점고도 6518.2㎞를 기록했으며 총 1002.3㎞를 4415초(1시간13분35초) 비행하여 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  뉴스1
특히 북한은 신형 엔진의 최대 추진력과 관련한 구체적인 수치(1960kN)도 처음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밝힌 추진력은 약 200t의 물체를 공중에 띄울 수 있는 힘”이라며 “스페이스X 팰컨 9 로켓 1단 엔진(845kN)의 2개 분량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0월 31일 “최종 완결판”이라고 밝힌 '화성-19형'을 11축(22륜)의 초대형 이동식발사대(TEL)에서 기습 발사한 뒤 상세 제원중 최대 정점고도(7687.5㎞)·거리(1001.2㎞)·비행시간(85분56초)만 공개했다. 김정은이 이날 '화성-19·20'형 모두에 신형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건 '화성-20형'이 '화성-19형'의 개량형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화성-19형'의 사거리는 1만 5000㎞ 수준으로 이미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북한이 '화성-20형'을 두고 '다음 세대'라고 밝힌 만큼 앞선 ICBM과 차별화된 더 무거운 탄두, 즉 핵탑재 다탄두(MIRV) 개발을 시도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같은 사거리에 더 많은 탄두를 실어 보내려면 추력을 증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ICBM은 미국의 미니트맨-Ⅲ와 같이 파괴력을 극대화는 동시에 동체를 소형화하는 기술이 관건”이라며 “‘화성-20형’은 19형보다 크기는 비슷하거나 작더라도, 탄두의 탑재량 또는 중량 등에서 진일보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초빙전문연구위원도 "'다음 세대' ICBM이란 연료의 추진제 구성 등에서 향상된 ICBM을 만들겠다는 의미"라며 "고성능 추진제를 활용하면 미사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료통의 부피·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작은 TEL 탑재와 신속한 이동이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이번 방문에서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발동기’를 제작하고 최근 2년간 8차례에 걸치는 지상 분출시험”과 관련한 결과를 보고 받았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의 전문화된 계열 생산 토대 구축 문제를 협의했다”고도 밝혔다. 엔진 개발이 마무리돼 양산 단계로 접어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통신은 이번 개발·시험이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가 승인한 ‘국방과학 핵심기술 개발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방중 직전 ICBM 개발 시설을 방문한 건 자체 기술력을 중·러 등을 포함한 주변국에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러와 동등한 수준의 군사 강국으로 역내 세력 균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식의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했다는 얘기다. 동시에 김정은이 이번 다자외교 무대를 러시아와 중국 측에 ICBM 완성에 필요한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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