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2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로 강제수사에 나섰다. 추 의원이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의원총회 장소를 세 차례 바꿔 국회의원의 계엄 해제안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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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압수수색
특검팀은 이날 오전 추 의원의 서울·대구 소재 자택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사무실 및 지역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회 본청에 있는 원내대표실과 원내행정국, 이 두 곳에서 각각 근무했던 국민의힘 당직자 2명의 휴대전화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초선·경산)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요청 내지 지시를 받아 국회의 계엄 해제안 표결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당시 추 의원은 계엄 선포 직후 의총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 순으로 세 차례 변경했다. 이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 표결에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8명만 참여했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의총 장소 변경 등을 통해 다른 의원들의 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특검팀은 추 의원과 함께 당시 원내대표실에 있었던 6~7명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들을 조사함으로써 추 의원의 당시 행적과 의총 장소 변경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비상계엄 당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과정 및 계엄 해제 이후 등 당일 행적과 관련된 부분을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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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호→한덕수→윤석열 연쇄 통화
특검팀은 국민의힘 원내 알림 문자를 통해서 의총 장소 공지가 이뤄진 경위도 살펴보고 있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59분 국회로 긴급의총 장소를 처음 공지한 뒤 10분 뒤 당사로 장소를 옮겼다. 11시22분 윤 전 대통령과 1~2분가량 통화한 후 11시33분 국회 예결위장으로 다시 바꿨다가 4일 0시 3분 다시 당사로 최종 변경했다. 50~60명의 의원들이 당사에 머무는 동안 국회의 계엄 해제안은 같은 날 새벽 1시 2분쯤 가결됐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에 대해 “미리 알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검팀은 국회 봉쇄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점 등에 비춰 추 의원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하기 직전인 11시쯤엔 홍철호 전 정무수석과, 11시11분쯤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잇따라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 의원은 “계엄 상황에 대한 우려만 있었을 뿐 표결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한다. 추 의원은 계엄 선포 이틀 전인 12월 1일에도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 예산안 관련 얘기를 나눴다는 게 추 의원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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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야당 말살 시도”
특검팀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추 의원 휴대전화 등 자료 분석과 함께 국회의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참고인 조사를 많이 할수록 수사가 더 촘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특검팀에 출석해 참고인 신분 조사를 받았다. 오는 4일엔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검팀 조사에서 내란·외환 등 의혹 전반을 설명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특검 수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특검의 무도한 압수수색은 야당 탄압을 넘은 ‘야당 말살’ 시도”라며 “내란 몰이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당 내부에선 당시 상황을 보다 적극적으로 특검팀에 설명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원은 “필요할 경우 있는 그대로 얘기하면 된다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추 의원은 특검팀 압수수색이 종료된 이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 의원 어느 누구에게도 계엄 해제 표결 불참을 권유한 적이 없다”며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은 국민의힘을 겨냥한 근거 없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있는 사실 그대로 당당히 임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몰아가려는 정치 공작에 대해선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