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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李대통령 피습' 테러 지정 말자는 前 특보 보고서 확인"

중앙일보

2025.09.02 01:29 2025.09.02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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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를 습격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진 모습.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발생한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테러 지정’ 하지 말 것을 건의하는 국정원 보고서가 작성됐다고 2일 밝혔다. 국정원은 김상민 전 국정원 법률특보가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총선에 출마 선언했던 김 전 특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과 연관돼있다.

국정원은 이날 열린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1월 부산 가덕도에서 발생한 이 대통령 피습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습격범 조사 내용을 지속 요청했지만, 부산 강서경찰서는 수사 중이란 이유로 거부했다”며 “국정원은 테러 혐의점을 규명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여당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이날 국정원 보고 내용을 기자들에게 전했다.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상민 당시 법률특보가 ‘커터칼 미수사건’으로 규정하면서 테러 지정의 실익이 없다고 건의한 보고서가 있었다”며 “국정원 기조실 법무처에서는 검찰이 테러로 기소하면 테러로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4일 김 전 특보를 피습 사건을 축소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 의원은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서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이 관련 문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에 대해서도 “실제로 삭제를 지시하지 않았단 보고서가 대거 나왔다”라고도 밝혔다. 국정원에 특별취급정보(SI) 첩보 및 보고서 원본과 사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또 “김규현 전 국정원장이 윤 전 대통령에게 이 사건 조사 결과를 대면보고 했고, 윤 전 대통령은 (박지원 의원 등을) 고발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 미제출 자료도 다수 발견됐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쌍방울 측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정황,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이 대북 사업을 빌미로 주가조작을 시도 중이라는 첩보 문건 등이다. 이어 박 의원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계엄 당시) 메모는 왜곡된 정황이 전혀 없음을 확인했다”며 “전 정부 국정원이 계엄에 연루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중국 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쑈전쟁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일 전용열차로 출발해 2일 새벽 국경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날 국정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설 것이라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1일 전용 열차 편으로 평양에서 출발해 2일 새벽 국경을 통과했고, 오늘 오후 늦게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방중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최선희 외무상,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 현송월 당 부부장 등이 수행 중이고, 리설주 여사와 김여정 당 부부장도 동행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딸 주애에 대해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아직 동행했다고는 판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중앙포토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동급의 경호와 의전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북·중, 북·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높지만, 북·중·러 정상회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다만 국정원은 북·중·러 세 국가가 “나란히 천안문 선두에 서서 냉전기 삼각연대 구도를 재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국정원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 위원장의 조우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국가 정상급의 순서와 우 의장의 순서가 약간 떨어져 있다. 상대측이 만남을 원한다면 조우가 불가능하지 않겠지만, 의미 있는 만남 가능성은 작다”는 이유다.

김 위원장의 방중 의도에 대해 국정원은 “북·중 관계 복원을 통한 대외 운신 폭을 확대하고,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견인해 체제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또 “북한은 중·러와 관계를 밀착시켜 외교 공간을 확대하고, 대남정책 전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내놨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29회 국회(정기회) 개회식 직후 열린 1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국정원은 또 “북한이 10월 10일 당 창건일을 맞아 병력 1만 명 이상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을 연습하고 있고, 대규모 집단체조도 5년만 에 다시 할 전망”이라고 보고했다.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양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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