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르포] 中경찰력 '총동원 특별보호' 속 베이징 도착한 김정은 열차

연합뉴스

2025.09.02 04:2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베이징역·북한대사관 등 주요 시설·철도 주변에 경찰 촘촘히 배치 식당·호텔 등엔 영업 통제…기자도 휴대전화 압수에 잠시 연행되기도
[르포] 中경찰력 '총동원 특별보호' 속 베이징 도착한 김정은 열차
베이징역·북한대사관 등 주요 시설·철도 주변에 경찰 촘촘히 배치
식당·호텔 등엔 영업 통제…기자도 휴대전화 압수에 잠시 연행되기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년여 만에 중국에 방문한 2일 오후(현지시간) 베이징역 주변에서는 중국 경찰력이 총동원돼 삼엄한 경계가 이뤄졌다.
북한이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 전용열차 '태양호'의 북중 국경 통과 소식을 신속하게 전하면서 베이징의 긴장감은 높아진 상태였다.
김 위원장 열차가 오전 6시께 동북 지역 중심지인 선양(瀋陽)에서 포착돼 오후 3∼4시께는 베이징에 당도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정오 무렵부터 베이징역에는 제복 무장경찰과 민간경찰, 무전기를 장착한 사복 경찰이 눈에 띄게 늘었다.

김 위원장이 열차에서 내린 뒤 플랫폼에서 곧장 승용차를 타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 베이징역 특별출구는 중국 경찰과 북한 측 수행 인력으로 보이는 사람들로 빠르게 채워졌다.
오전까지 손님을 받던 베이징역 인근 식당은 영업을 중단했고, 주요 길목과 전날 일찌감치 운영이 통제된 근처 호텔 등 곳곳에는 철제 펜스가 설치됐다.
김 위원장 열차가 지날 것으로 예상된 경하선(베이징-하얼빈 노선) 철로를 따라 베이징시 중심부 거의 모든 지역에는 경찰이 촘촘히 배치됐고, 벤치에 앉아있거나 메시지 확인을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는 사람들은 불심검문 당한 뒤 쫓겨나기도 했다.

이날 베이징역에서 몇㎞ 떨어진 공원 주변을 걸으며 다리 위 철로를 살피던 기자 역시 중국 경찰의 표적이 됐다.
한 경찰관에게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뒤 돌려받았으나 이후로도 각기 다른 지점에서 정복·사복 경찰 세 팀의 검문을 더 받아야 했다. 결국 잠시 연행되기도 했다.
경찰관들은 "촬영이 허가되지 않았다"라거나 "차량이 많이 다니는 도로 주변이라 위험하다"고 설명한 뒤 이날 저장된 휴대전화 데이터를 지웠다.
김 위원장의 베이징 도착 소식을 타전한 뒤에는 기자가 근무하는 사무실로 여러 명의 경찰관이 찾아와 기사 작성 경위를 따져 묻기도 했다.
전용열차가 베이징에 도착한 이후 김 위원장이 곧장 향한 것으로 알려진 주중 북한대사관과 방문이 예상된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도 경계가 강화됐다.

베이징 외교가에 있는 북한대사관 주변 식당들은 점심 영업을 마친 뒤 경찰 요구로 문을 닫아야 했고, 대사관 옆 르탄(日壇)공원 상권은 경찰 통제로 사실상 마비됐다. 원래부터 집중 통제 시설인 댜오위타이 국빈관도 한층 세심한 경계 대상이 됐다.
열병식이 열릴 창안제(長安街) 일부 구간은 김 위원장 도착 시점을 전후해 사람과 차의 통행을 모두 막아 '진공' 상태가 됐고, 창안제에서 3㎞가량 떨어진 또 다른 외교가 겸 번화가 싼리툰(三里屯)에는 검은 제복을 차려입은 경비 병력 100여명이 도열해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역사적 장면을 만드는 것은 탈냉전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중국·러시아와 양자 회담을 할 것인지, 한 발 더 나아가 세 정상이 함께 정상회담을 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김 위원장은 이번 행사 참석을 통해 양자 외교가 아닌 다자 외교 무대에 처음 데뷔하게 된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성조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