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간 미국 증시는 선진국 시장을 대표하는 투자처였다. 2009년부터 2023년까지 S&P500은 연평균 약 1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시장은 5%대에 그쳤고, ‘미국 예외주의’라는 표현까지 유행했다.
올해 들어 미국 시장의 안정적 상승 흐름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연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빅테크보다 낮은 비용으로 동등한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고 발표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17% 가까이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도 3% 떨어졌다. 낙폭은 곧 회복됐지만, 이는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상징적 사건이었다.
4월에는 미국 정부가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와 미 국채의 안전자산 위상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S&P500 지수는 발표 직후 이틀간 10% 가까이 하락했다가, 관세가 일시적으로 철회되자 일주일 만에 9% 넘게 반등했다. 극심한 변동성이 시장을 지배했다. 이러한 변동성은 미국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수년간 부진했던 중국 시장에서도 투자자 심리는 급변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살아났고, MSCI 중국 지수는 이후 몇 주간 30% 넘게 급등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을 제외한 포트폴리오가 선호됐지만, 이 기간에 중국 비중을 줄였거나 제외한 투자자들은 상승 흐름에 참여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재평가하고 포트폴리오를 방어적으로 조정한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조성된 새로운 투자환경은 이러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금리의 급변이 맞물리며 위험 평가의 난이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연이은 거시 및 지정학적 충격이 자산군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며 수년간 이어진 안정적 성과 패턴을 흔들었다. 하반기에는 관세의 파급 효과가 어느 정도 명확해지며 시장의 안정성이 일부 회복될 수 있겠지만, 거시경제의 변동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거시 흐름만을 근거로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오히려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비중 조정 역시 기회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대신 감정이나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개별 기업의 고유 특성과 수치에 기반을 둔 정량적 분석을 통해 전략을 수립하는 ‘퀀트 접근법’이 요구된다. ‘퀀트’ 전략은 수익 패턴 예측이 어려운 시기에도 보다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