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덕 하면 ‘사의 찬미’가 떠오른다. 조선 최초 소프라노인 그의 대표곡이자 윤심덕을 소재로 한 영화·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의 제목이다. 최근에도 지난달 17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동명의 연극이 공연됐다. 대체로 ‘사의 찬미’는 일제 치하 조선 시대 대표 신여성 윤심덕과 ‘모던보이’로 통한 극작가 김우진이 현해탄에서 함께 몸을 던진 비극적인 사랑을 조명했다.
뮤지컬 ‘관부연락선’(사진)은 윤심덕의 마지막 밤을 달리 쓴다. 관부연락선은 일제 강점기 당시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下關)를 오가던 여객선이다. 윤심덕은 관부연락선에서 몸을 던졌는데, 뮤지컬 ‘관부연락선’은 윤심덕에게 삶을 돌려준다. 밀항 중이던 가상의 인물 홍석주가 바다에 뛰어들어 윤심덕을 건져낸다.
이 작품에서의 윤심덕은 기존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간의 윤심덕은 1920년대 조선 최고의 모던 걸로 불렸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 끝에 유서도, 목격자도 없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비극적이고 미스터리한 인물로 묘사되곤 했다. ‘관부연락선’에서의 윤심덕 또한 당대 최고 스타이긴 하다. 하지만 유쾌하고 털털하다. 본인이 예쁜 것을 알고 철도 없는 편이라 얄미운 면이 있는데 미워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관부연락선’의 윤심덕에게선 전에 없던 삶의 의지가 묻어난다. 자신을 살려낸, 자신과는 전혀 다른 홍석주와 아웅다웅하며 지낸 마지막 밤이 저물면 새로운 삶의 희망으로 가득 찬 아침이 된다.
동명의 연극이 2016년 초연, 2021년 재연했다. 뮤지컬로는 처음 관객을 만나는 중이다. 다음 달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2관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