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책을 묻자 김홍규 강릉시장이 한 말이다. 이후 강릉시청으로 자리를 옮긴 이 대통령은 “강릉시가 요구한 예산 중 원수(原水) 확보 비용이 얼마냐”고 물었다. 하지만 김 시장은 원수를 정수하는 정수장 확장 비용만 반복해서 얘기해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했다. 필요한 예산도 1000억원이라고 했다가 나중엔 500억원이라고 오락가락했다.
시장의 이런 발언은 시민들 사이에 ‘사실상 대책이 없구나’ 하는 불안감을 키웠다. 한 강릉 시민은 김 시장의 발언을 듣고 그날 저녁 화장실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았다고 했다. 혼자 산다는 그는 “(시장의 바람과 달리)비가 계속 안 오면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갔을 때 물이 뚝 끊겨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욕조에 물을 받아놨다”고 말했다.
강릉 가뭄은 오래전부터 반복돼왔다. 그때마다 강릉시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보단 비를 기다리거나 시민들의 희생과 헌신에 기대는 모습이었다. 한 카페 주인은 수돗물을 아끼겠다며 생수로 커피를 탔다. 대파밭에서 만난 한 농민은 “살리려고 애를 썼는데 물이 없어 결국엔 전부 말라죽었다”고 했다.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휴업하는 업소도 있다. 한 음식점 주인은 “7월 초부터 가뭄 관련 경고음이 계속 나왔는데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보니 안일하게 대처하다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과거 가뭄 때마다 물 부족에 시달렸던 속초시는 최근 강수량이 강릉과 비슷하지만 물을 상대적으로 넉넉히 쓴다. 2018년 초 극심한 가뭄에 시달린 속초시는 지하댐 건설에 주목했다. 그해 6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지하댐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면서 지하댐 건설은 급물살을 탔고 2021년 완공했다. 현재 지하댐에 63만t의 물이 저장돼 있어 강릉시에 지원해줄 정도다.
사상 초유의 ‘자연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릉 가뭄은 기후 위기 시대의 경고음이다. 가뭄과 집중호우 같은 이상기후는 점점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언제까지 하늘만 바라보고, 시민들의 희생과 봉사, 외부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가. 이번 가뭄과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강릉시와 같은 기초자치단체의 대응시스템이 빠르게,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기초단체만으로 하기 힘든 대책 마련은 광역단체, 중앙정부가 신속히 지원해야 한다. 강릉 가뭄에 이런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다. 시민들이 편하게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은 자치단체의 의무다. 하늘만 바라보지 말고 신속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가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