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간판 골키퍼이자 ‘괴짜 월클’로 불리는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33, 아스톤 빌라)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행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영국 디 애슬레틱의 보도에 따르면, 에밀리아노는 이적시장 마감일을 아스톤 빌라의 훈련장 바디무어 히스에서 보냈다. 그는 맨유의 전화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끝내 휴대폰은 울리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여름 내내 맨유행에 집착했다.
실제로 그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동료이자 맨유 수비수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를 통해 구단에 자신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심지어 올여름 휴가 중에는 후벵 아모림 감독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고받았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그만큼 마음은 이미 올드 트래포드에 가 있었다.
그러나 맨유의 태도는 달랐다. 시즌 프리시즌 직후, 빌라 측으로부터 임대 관련 전화를 한 번 받은 것이 전부였다. 이후 협상은 진전되지 않았다. 막판에 맨유는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빌라의 간판이자 주급도 높은 마르티네스 대신, 맨유는 벨기에 로열 앤트워프의 23세 골키퍼 센네 라멘스를 전격 영입했다. 안드레 오나나와 알타이 바인다르의 경쟁자이자 백업 자원으로,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이다. 즉, 당장의 월드클래스보다는 가성비와 미래를 택한 셈이었다.
마르티네스의 이적이 불발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돈이었다. 그는 지난해 빌라와 재계약을 맺으며 오나나보다 높은 수준의 주급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빌라가 요구한 이적료는 무려 3,000만 파운드(약 567억 원) 이상이었다. 맨유 입장에서는 ‘고액 주급 + 비싼 이적료’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이미 재정적 여력이 빠듯한 맨유가 모험을 감행하기엔 무리였다.
결국 이적시장 마감 시각이 다가왔지만, 맨유 측은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에밀리아노는 훈련장을 떠나 곧바로 아르헨티나 대표팀 합류를 위해 귀국길에 올랐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의 대표팀은 베네수엘라, 에콰도르와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있다.
이번 여름 내내 ‘맨유행’이라는 꿈을 품었던 마르티네스는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이적시장 막을 내렸다. 구단도, 선수 측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저 남은 건 “너무 비싸서 실패했다”는 씁쓸한 결론뿐이었다.
월드컵 우승 골키퍼이자 EPL 최고의 ‘괴짜’ 마르티네스. 그는 올드 트래포드를 바라봤지만, 현실은 여전히 바디무어 히스에 남아 있다. 올여름의 불발은 그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남길까. 맨유 팬들에게도, 빌라 팬들에게도 아쉬움만 가득한 이적시장 에피소드가 또 하나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