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카밍 시그널’은 불안을 다룬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반려견의 이유 없는 회전이나 땅을 파는 움직임이 불안을 달래기 위한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강강술래 같은 한국의 회전 춤이나 여러 문화권의 회전 의식도 결국 불안정한 세계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몸짓이다. 특히 어떤 회전 춤은 지구 자전축 각도로 돌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최근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 자전축이 변한다는 연구를 접하면서 우리 모두 불안정한 축 위에 서 있다고 느꼈다. 서울대 자전축 연구팀과 동물 행동 심리 연구가 등 여러 전문가를 만났고, 안무가들이 긴장을 풀 때 움직임을 관찰하며 작품의 층위를 풍부하게 쌓을 수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예정인가.
“전시장 삼면과 바닥을 그리드 구조로 구성할 예정이다. 세 개의 스크린을 설치해 관객은 각자의 위치에서 화면을 경험하게 된다. 프리즈가 제시한 ‘미래의 공유지’라는 주제를 거대한 담론보다는 각자 감지한 불안과 반복을 펼쳐놓고 함께 바라보는 자리로 해석했다.”
과학과 미신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
“과학과 미신을 대립시키기보다 서로를 비추는 거울로 본다. 흥미롭게도 오컬트 종교 교본들은 과학적 근거를 내세우지만, 과학 교과서의 실험 지시문은 명상적이었다. VR이나 AI 같은 첨단 기술도 결국 보이지 않는 세계로 가고자 하는 인간의 오래된 욕망의 연장선에 있다. 제3의 눈, 명상법 같은 전통 수련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카밍 시그널’ 역시 불안정한 세계를 감지하고 이해하려는 서로 다른 방식들이다.”
평소 관심 있는 건 무엇인가.
“‘안 보이는 것’과 ‘안 보인다고 하는 것’의 차이. 세상의 ‘빈 공간’이란 결국 죽음처럼 누구도 가보지 못했지만, 모두가 상상하는 곳이다. 나는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인간의 상상력과 믿음의 구조를 줄곧 탐구하고 있다.”
앞으로 작업 계획은.
“프리즈 서울을 앞두고,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사유를 확장한 작업 ‘고 故 The Late’을 선보인다. 그리고 내년을 목표로 전작인 ‘인간과 나 (2021)’ 이후 새로운 출판물을 준비하고 있다. 나에게 책은 가장 급진적이고 미래적인 매체다. 최근 몇 년간의 작업과 연구 과정에서 나온 글들을 엮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