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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일하고 100억 챙겼다' 텐 하흐, 레버쿠젠의 값비싼 실수

OSEN

2025.09.0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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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에릭 텐 하흐(55)의 레버쿠젠 도전은 불명예스러운 최단명 경질과 함께 막을 내렸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2일(한국시간) “레버쿠젠이 지난 5월 사비 알론소 감독 후임으로 선임했던 텐 하흐를 불과 3경기 만에 해고했다. 구단은 ‘불가피한 결정’이라 설명했지만, 텐 하흐는 ‘신뢰가 전혀 없었다’며 날을 세웠다”라고 보도했다.

레버쿠젠은 시즌 초반부터 불안정했다. 개막전에서 호펜하임에 1-2로 패했고, 이어 브레멘과의 경기에서는 수적 우위를 잡고도 3-3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리를 놓쳤다. 직전 컵대회에서 하부리그 팀을 4-0으로 제압했지만, 그 한 경기로는 구단을 설득하지 못했다. 결국 프런트는 칼을 빼들었다.

레버쿠젠 CEO 페르난도 카로는 “고통스러운 결정이지만, 팀의 미래를 위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텐 하흐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사실 텐 하흐는 이미 8월 말 자신의 미래가 끝났음을 직감했다. 8월 26일 레버쿠젠은 루카스 바스케스(전 레알 마드리드) 영입을 발표했다. 스타급 자원의 FA 합류였지만, 정작 현장 지휘자인 텐 하흐는 사전에 아무런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

바스케스의 메디컬 테스트는 이미 전날 마무리됐고, 2년 계약 서명까지 끝난 상황. 텐 하흐가 그를 처음 만난 건 공식 발표가 나온 바로 그날이었다. 감독에게 한마디 상의조차 없었다는 건, 곧 그가 구단 보드진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이 사건은 텐 하흐에게 “레버쿠젠에서 더 이상 미래는 없다”라는 잔혹한 신호로 다가왔다.

레버쿠젠은 개막 후 흔들렸다. 호펜하임과 1-2 패배, 브레멘과 3-3 무승부. 컵 대회에서 하부리그 팀을 4-0으로 잡았지만 구단을 설득하진 못했다. 결국 불과 리그 두 경기 만에 ‘해임 칼날’이 떨어졌다.

레버쿠젠은 월요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경질 소식을 발표했지만, 이례적으로 “감사”나 “행운을 빈다”는 문구조차 없었다. 흔히 쓰이는 정중한 인사말마저 삭제된 건, 구단이 그를 사실상 ‘실패한 프로젝트’로 단정했음을 의미했다.

짧고 굴욕적인 여정이었지만, 텐 하흐는 금전적 보상을 챙기게 됐다. 그의 계약은 원래 2027년까지였고, 조기 해임으로 위약금 조항이 발동됐다. 독일 ‘스포르트 빌트’는 “텐 하흐는 약 500만 유로(한화 81억 원)의 위약금을 수령하게 될 것”이라 보도했다.

여기에 60일 동안 일한 임금까지 합치면 총액은 약 600만 유로(97억 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하루에 10만 유로(약 1억 6천만 원)를 번 셈. ‘3경기 감독’이자 ‘하루 1억 원짜리 감독’이라는 씁쓸한 별명이 붙었다. 레버쿠젠 입장에서는 너무나 값비싼 실수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텐 하흐는 레버쿠젠 내 모든 부서, 선수, 조직과 불화를 일으켰다. 구단 운영진은 그의 리더십을 신뢰하지 못했다. 선수단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다. 바스케스 사건은 단순한 빙산의 일각이었다. 구단 내부 분위기는 이미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팀은 구조적인 색깔이 없었고, 전술적 일관성도 사라졌다. 레버쿠젠이 ‘성급하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칼을 빼든 이유다. 프런트 입장에서 더 이상 답은 없었다.

텐 하흐의 낙마는 더욱 뼈아프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이었다.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지휘하며 야심 차게 출발했으나, 불신과 결과 부진 속에 경질됐다. 독일 무대에서 명예 회복을 노렸지만, 결과는 역사상 최단명 감독이라는 오점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는 전직 맨유 감독들의 ‘검은 주간’이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베식타스에서, 주제 무리뉴가 페네르바체에서 동시에 경질됐다. 여기에 텐 하흐까지 무너지며 맨유 출신 감독 3명이 한 주에 나란히 실직했다.

텐 하흐는 성명을 통해 “단 두 경기 만에 결별하는 건 전례가 없다. 새로운 감독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전혀 신뢰받지 못했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구단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텐 하흐는 ‘3경기 만의 경질’, ‘역사상 최단명 감독’, ‘하루 1억 원짜리 사령탑’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만 남겼다. 맨유에서 실패를 만회하려던 독일 무대 도전은 씁쓸한 결말로 막을 내렸다.

이제 텐 하흐는 지도자 커리어 최대 위기 앞에 섰다. 다시 유럽 빅리그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면 짧지만 굵은 보상만 남긴 채 사라질까. 축구계의 시선이 그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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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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