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열병식서 '反서방 수장' 이미지 굳힌 시진핑…"외교적 승리"
북러 등 권위주의 국가 정상, 안방에 모아…'강력한 1인 통치 체제' 과시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통해 북러 정상을 불러 모으며 '반(反)서방' 세력의 수장 이미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겨냥하는 발언을 잇달아 쏟아낸 시 주석은 이른바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과시하며 새 국제 질서의 리더를 자처하는 분위기다.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함께 나란히 톈안먼 망루에 오른다.
열병식 행사에는 이들뿐 아니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모하메드 무이즈 몰디브 대통령,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등 26개국 국가 원수 및 정부 수뇌가 참석한다.
SCO 정상회의를 통해 반서방 권위주의 국가 수장들을 톈진에 결집시켰던 시 주석은 열병식에서도 이들 세력 내에서의 영향력을 재차 과시했다.
닐 토마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정치전문가는 로이터 통신에 "(열병식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 페제시키안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의 존재는 중국이 세계 최고의 권위주의 국가로서 역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시 주석과 회동하는 것은 서방 주도 질서를 재정의하려는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시 주석의 영향력을 입증한다"면서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 제재, 관세 주도 외교는 오랜 미국 동맹에 긴장을 초래한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열병식 행사를 두고 "시 주석에게 중요한 외교적 승리"라고 봤다.
도시 전체를 완벽히 통제해 진행하는 열병식은 참가국 정상들에게 시 주석의 강한 내부 장악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는 "시 주석은 자신이 매우 강력하고, 중국 내에서 호평받고 있다는 것을 참가국에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당국은 열병식에 앞서 보안을 위해 톈안먼을 중심으로 베이징 시내 도로 곳곳을 차단하고, 톈안먼을 바라볼 수 있는 주변 고층 사무실 이용도 막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 편으로 도착하며 이용한 베이징역의 경비도 대폭 강화했다.
이밖에 시 주석 외 중국 최고지도부는 눈에 띄는 행보를 거의 보이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도 '1인 통치 체제'가 더욱 굳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SCO 정상회의에서 열병식으로 이어지는 시 주석의 외교 행보를 치켜세우고 나섰다.
중국공산당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사설을 통해 전날 시 주석이 SCO 회원국들에 제안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언급하며 "강대국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는 주권 평등과 국제법 준수, 다자주의 실천, 인민 중심의 접근, 실질적 행동 등 5가지 핵심 원칙이 골자다.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의 제안은 글로벌 거버넌스가 전진과 후퇴의 갈림길에 서 있는 와중에 시의적절했다"면서 "모든 측면에서 찬사와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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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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