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사이 꽁꽁 얼어붙은 양안관계, 中열병식으로 더 악화하나
2015년엔 화해무드…이번엔 양안긴장 속 中 '무력과시'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으로 10년 사이 악화 일로를 걸어온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5년 전승절 열병식을 앞두고 '국공(國共·국민당과 공산당) 합작'을 이례적으로 부각하며 '중국과 대만이 일제 침략에 맞서 함께 싸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열병식에는 항일전쟁에 참가한 국민당 노병들이 초청돼 공산당 노병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중국 당국은 국민당 노병들을 항일영웅 명단에 포함하고 위로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롄잔(連戰) 전 국민당 주석이 대만 고위인사로는 처음으로 중국 열병식에 참석했다.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은 롄 주석의 열병식 참석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표했지만 그의 방중 자체는 막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시 롄 전 주석과 만나 "항일전쟁 승리는 대만 동포를 비롯한 전 민족이 단결해 투쟁한 결과"라며 "일제 침략으로 민족의 존망이 흔들릴 때 국공 양당은 항일 민족통일전선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때 열병식을 계기로 조성된 중국과 대만의 우호적인 분위기는 그해 11월 시 주석과 마잉주 총통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중국과 대만의 정상이 만난 것은 1949년 양안 분단 이후 66년 만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2016년 1월 총통선거에서 차이잉원 전 총통이 승리한 뒤로 9년여간 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권이 이어지면서 양안관계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차이 전 총통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는 모호한 전략을 취하면서 미국과 밀착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탈중국 정책을 취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대만에서도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에 대한 당국의 탄압과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으로 중국이 대만에 제안해온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체제에 대한 저항감이 커졌다.
관계 악화 흐름은 차이 전 총통보다 강한 친미·독립 성향으로 평가받는 라이칭더 총통이 지난해 취임한 이후 더 심해졌다.
중국은 취임식 직후부터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등 수시로 대만 주변에서 무력시위에 나섰고 대만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라이 총통도 지난 3월에는 중국을 '역외 적대 세력'(境外敵對勢力)으로 규정하고, 양안 교류 통제와 대만 내부 감시를 강화했다.
이번 열병식을 앞두고도 중국과 대만은 대립각을 세웠다.
중국은 국공합작을 부각했던 10년 전과 달리 항일전쟁 승리를 중국공산당이 주도했다는 식으로 역사 서술을 수정하며 장제스가 이끌었던 당시 중화민국 국민정부(현 대만)의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
대만 정부도 공무원과 퇴직장교,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의 중국 열병식 참석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공산당이 항일전쟁을 주도했다는 주장은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반박했다.
열병식을 둘러싼 갈등은 향후 양안관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일전쟁 관련 역사수정은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점에서 계속 양측 간 주요 발화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열병식에서 중국이 선보일 각종 첨단 무기는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제기된 상황에서 대만에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미국 정보당국은 시 주석이 중국군에 2027년까지 대만 침공 능력을 갖추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BBC 중문판은 최근 기사에서 이번 열병식을 통해 "대만을 수복하고 공격하게 될 (중국군의) 능력과 관련 정보를 일정 정도 드러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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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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