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북극성'(극본 정서경, 연출 김희원·허명행)은 유엔(UN)대사로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문주(전지현)가 대통령 후보 피격 사건의 배후를 쫓는 가운데, 그를 지켜야만 하는 국적불명의 특수요원 산호(강동원)와 함께 한반도를 위협하는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 '마더'와 '작은 아씨들'로도 호평받은 정서경 작가의 신작으로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북극성'은 데뷔 이래 줄곧 미남, 미녀의 대명사로 사랑받아온 톱스타 강동원과 전지현이 남여 주인공으로 만난 작품이다.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두 톱배우들의 로맨스 소식에 '북극성'은 기획 단계부터 기대작으로 급부상했다. "얼굴이 개연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비주얼과 조화는 보는 이들의 감정선에 상당한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
언론에 사전 공개된 3회까지의 '북극성'에서도 강동원과 전지현의 만남은 작품의 정체성과 같다. 문주와 산호라는 처음 만난 두 남녀가 시나브로 빠져드는 순간적 감정의 개연성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웬만해서는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배우들의 매력의 효과가 상당하다. 산호가 문주에게 주모하고, 문주가 산호에게 이끌리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만든다. '그' 강동원이 특수요원이니 국적불명이어도 따르게 되고, '그' 전지현이 UN 대사이니 정치적 이슈와 별개로 또 한번 시선이 쏠리는 것이다.
[사진]OSEN DB.
그렇다고 강동원, 전지현의 멜로가 '북극성'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빌드업 과정에서 로맨스는 '북극성' 이야기의 부수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대통령 후보인 남편 장준익(박해준)이 피격 당하며 문주는 뜻하지 않게 한반도의 대선 정국 한복판에 서게 된다. 남편을 지키려 나선 잔다르크 같은 인물로 추앙받으며 단숨에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한다.
이에 문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포진한다. 킹메이커가 되려는 시어머니이자 국내 최대 규모 종합해운사 회장인 임옥선(이미숙)과 대사 시절부터 문주를 보좌해온 보좌관 여미지(이상희)와 장준익에 이어 문주를 지키는 경호원 박창희(주종혁)부터 반대로 형에 대한 열등감으로 형수인 문주마저 견제하는 검사 장준상(오정세)이 치열한 이합집산을 이룬다. 여기에 속을 알 수 없는 현직 대통령 채경신(김해숙)과 국정원장 유운학(유재명)과 비밀을 간직한 미국 백악관의 앤더슨(존 조)까지.
이 밖에도 박인환, 최종원, 정영숙 등 얼굴만 봐도 열연의 순간들이 스치는 원로 배우들이 '북극성' 곳곳을 채우며 스케일을 키운다. 전지현과 강동원의 멜로인 줄 알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한반도의 대선 판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첩보 스릴러가 곧 '북극성'의 주축을 이루는 셈이다.
[사진]OSEN DB.
여기에 김희원, 허명행 두 감독의 연출이 시리즈 '북극성'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돈꽃', '왕이 된 남자', '빈센조', '눈물의 여왕' 등 연출작마다 감각적인 영상으로 호평받은 김희원 감독이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로 천만 관객들을 사로잡은 허명행 감독의 액션과 만나 지구적 스케일로 불어난 작품에 볼거리를 더한다. 1회 뿐만 아니라 작품 전반에 걸쳐 문주와 산호의 첫 만남으로 각인되는 성당 씨퀀스는 물론, 산호가 문주를 구해내는 순간마다 격렬한 액션이 보호본능과 의지할 수 있는 상대에 대한 신뢰감을 뛰어넘은 감정을 피어나게 한다.
이러한 스케일과 다르게 작품은 단, 9부작이다. 갈수록 짧은 작품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비하면 결코 짧다고 말할 수 없는 분량이나, 대선이라는 국내 정치부터 백악관까지 등장하는 국제정세, 전지현과 강동원이라는 한 씬도 흘려보내기 아까운 톱배우들의 로맨스를 한 데 버무리기엔 다소 빠듯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각각의 요소 만으로도 단일 작품으로 충분해 보이는 소재들인 만큼 9부작 안에 디테일이 충분히 담길 수 있을지가 우려되기도 한다. 단, 극본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가 드라마에 앞서 박찬욱 감독과 함께 영화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는 점이 신뢰감을 더한다.
실제 '북극성'에서 문주와 산호의 감정선은 문주가 대통령 후보 피격 사건 이후 거듭되는 물리적 위기에 빠지고, 산호가 이를 구해주는 과정을 통해 한결 가까워진다. UN 대사까지 지냈지만 떠밀리듯 정치적 사건에 휩쓸리는 문주. 그는 자칫 유약해보이지만 누구보다 강인한 정신력을 지녔다. 산호는 국제 용병회사의 에이스이지만 피붙이 하나 정확하지 않은 한국에서 감정적으로 부유하는 이방인이나 다름 없는 존재. 물리적으론 연약하지만 감정적으로는 강인한 문주와 물리력은 최강이지만 감정적으로는 불안한 산호의 만남이 '북극성'의 거대한 진실을 추적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 과정에 전지현, 강동원의 로맨스라는 역대급 볼거리는 당연하고. 여전히 꺼지지 않는 기대감이 최종회에 이르러 충족될 수 있을까. 한 쪽엔 블록버스터, 한 쪽엔 멜로를 쥐고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북극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