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과연 VfB 슈투트가르트가 제시한 '8년 전 무릎 흉터'는 진짜 우려였을까, 아니면 수천만 유로를 피하기 위한 핑계였을까.
벨기에 매체 'HBVL'은 2일(이하 한국시간) 오현규의 이적 무산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메디컬 테스트는 통상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록적인 금액이 오갈 때는 작은 흔적 하나가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오현규는 지난달 슈투트가르트와 이적료 2,700만 유로(약 439억 원)에 합의하며 분데스리가 무대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 구단이 메디컬 과정에서 2017년, 만 16세 시절 입었던 전방십자인대 파열 흔적을 문제 삼으며 협상이 좌초됐다.
아이러니한 점은, 오현규는 이후 셀틱과 헹크에서 모두 메디컬을 무난히 통과했고, 유럽 무대 진출 이후에도 가벼운 근육 부상을 제외하면 결장 기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독일 클럽은 이를 문제 삼았을까.
HBVL에 따르면 현지 스포츠 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사람 몸에는 늘 뭔가 문제가 있다. 최고 수준 선수들은 모두 크고 작은 흉터를 안고 있다. 중요한 건 그 흔적이 실제로 경기력이나 향후 재판매 가치에 영향을 미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베테랑 의사는 "마감일 메디컬은 시간이 부족해 장비와 환경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어떤 구단은 MRI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판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구단이 원하는 '명분'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유명 영화 대사처럼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헹크와 오현규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단 한 장의 리포트 때문에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놓쳤다. 하지만 축구 이적 시장의 관행상, 최종 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법적 구속력은 없다. 결국 '서명 전까지는 아무것도 확정된 게 아니다'라는 원칙이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결국 이적 무산의 본질은 메디컬 리스크라기보단, 막판에 등장한 선수 가격과 조건, 그리고 구단의 태도다. HBVL은 "슈투트가르트가 끝내 조건을 완화하지 않았다면, 이는 단순한 부상 흔적이 아니라 재정적 결정을 위한 구실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오현규는 다시 헹크로 돌아간다. 대표팀 소집을 앞둔 그는 미국 원정 평가전에 참가한 뒤, 새로 합류한 공격수 유세프 에라비와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다.
무산된 분데스리가 도전, 그리고 남은 의문. "정말 무릎 때문이었을까?"라는 질문은 여전히 뚜렷한 답을 얻지 못한 채 남아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