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이번 여름 이적시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선수들의 태업과 출전 거부는 보상을 받았고, 묵묵히 뛴 선수는 손해만 떠안았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일(한국시간) "이번 이적시장의 교훈은 분명하다. 불량한 행동을 보여준 선수가 오히려 보상받았다"라고 꼬집었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주장 마크 게히는 끝까지 성실했다. 태업하지도, 불성실하게 행동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의 리버풀행은 결국 무산됐다. 1년 남은 계약과 3,500만 파운드(약 654억 원)의 이적료는 합리적이었지만, 팰리스는 대체자 문제를 이유로 이적을 막았다.
준비됐던 고별 영상까지 유출됐지만, 게히는 팀에 남았다.
대조적인 사례는 알렉산데르 이삭과 요안 위사다. 이삭은 몸 상태를 핑계로 팀의 아시아 투어에 동행하지 않았다. 당시 '스카이 스포츠'는 "뉴캐슬은 이삭의 불참 이유로 처음엔 '가벼운 허벅지 부상'을 언급했지만, 이후 이삭이 이번 여름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는 의사를 구단에 직접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이후엔 출전을 거부했다. 서울에서 머물 당시 에디 하우 감독은 "이삭이 뉴캐슬 구단에 요구하는 급여와 등번호 모두 들어줄 의향이 있다"라고까지 말했으나 이삭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삭은 개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팀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요안 위사 역시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훈련을 거부했다. 결과는 대성공. 뉴캐슬에서 리버풀로, 브렌트포드에서 뉴캐슬로, 두 선수는 원하는 이적을 성사시켰다. 텔레그래프는 "묵묵히 따르는 선수보다 태업하는 선수가 더 이득을 본 셈"이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혼란은 이적료 발표에서도 이어졌다. 이삭의 이적료는 1억 2,500만 파운드인지 1억 3,000만 파운드인지, 위사의 금액은 5,000만 파운드인지 5,500만 파운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사실 금액 자체의 차이는 크지 않다. 문제는 투명성"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단들은 '절대 제안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부인하다 결국 뒤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팬들에게는 혼란만 가중됐다"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제 이적 자체가 하나의 산업, 또 다른 스포츠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팬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영입 가능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마감일에 광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실망하거나 분노했다.
매체는 "이는 2013년 토트넘 홋스퍼가 가레스 베일을 팔고 무더기로 7명을 영입했던 '카트 질주'와 같은 현상으로 이어졌다. 구단들은 선수를 전력 강화가 아니라 '되팔기' 목적으로 영입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라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네 가지 제안을 내놨다.
첫 번째, 시즌 시작 전에 이적시장 마감이다. 매체는 "시즌 개막 후에도 시장이 열려 있는 건 불합리하다. 모든 리그가 합의해 동일한 시기에 창을 열고 닫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훈련·출전 거부 선수는 태업 대신 공식적으로 이적 요청을 제출하자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구단은 '충성 보너스'를 지급해야 하고, 이는 공정하지 않다"라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모든 계약에 바이아웃 조항 의무화'다. 매체는 "스페인처럼 합리적인 수준의 바이아웃을 명시해 불필요한 분쟁을 막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은 모든 비용 공개다. 텔레그래프는 "이적료, 에이전트 수수료, 연봉, 보너스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팬과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텔레그래프는 "지금의 상황은 점점 더 불건전해지고 있다. 반드시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구단의 PR 전쟁과 마감일 광풍으로 끝나기에는, 이적 시장은 이미 축구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매체는 "투명성과 합리성을 되찾지 못한다면, 이번 여름의 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