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마무리투수 정해영(24)이 시련의 해를 보내고 있다. 데뷔 2년차였던 2021년부터 마무리를 맡은 뒤 올해까지 5년 연속 20세이브 이상 기록하며 꾸준하게 활약했지만 최근 급격한 난조를 보였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7월10일 대전 한화전부터 최근 12경기에서 세이브 3개를 거두는 동안 블론세이브가 4개로 더 많다. 이 기간 10⅔이닝 12실점으로 평균자책점 9.28 WHIP 2.34 피안타율 3할9푼2리로 난타당했다. 시즌 전체 블론세이브도 7개로 두산 김택연(8개) 다음으로 많다.
지난달 17일에는 시즌 첫 2군행 통보를 받았다. 당시 이범호 KIA 감독은 “마무리 보직에 애착을 가져야 한다. 본인에게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밖에서 보며 책임감을 다시 느꼈으면 한다. 열정을 갖고 던져줬으면 좋겠다”며 강한 어조로 메시지를 전했고, 10일 재등록 기한을 채우자마자 1군에 바로 불렀다.
지난달 27~28일 문학 SSG전은 세이브가 아닌 상황에서 2경기 연속 1이닝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31일 수원 KT전에서 또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6-4로 앞선 9회 2사 1루에서 황재균에게 볼넷을 내준 뒤 장성우에게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더니 김상수에게 우중간 빠지는 2타점 2루타로 끝내기를 허용했다. 6-7 역전패로 정해영은 시즌 7패째를 당했고, 평균자책점도 4점대(4.17)로 치솟았다.
[OSEN=잠실, 박준형 기자] 9회말 동점 허용한 KIA 정해영 마무리 투수가 주저앉아 아쉬워하고 있다. 2025.08.15 / [email protected]
KIA가 치고 올라갈 만한 시점에 정해영의 블론이 계속 반복됐다. 마무리를 바꿔도 무방한 상황에 이르렀지만 이범호 감독은 정해영을 재신임하기로 했다. 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이범호 감독은 “변화를 줘볼까 생각하기도 했고, 2군에 내려보내며 채찍도 써보고 정신차리라는 얘기도 했다”며 “구위로 봤을 때 (정)해영이가 마무리를 맡아줘야 하는 게 맞다. 선수하고 만나서 얘기하고, 코치하고도 얘기했지만 한 번 더 믿고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지금 포지션 자체를 바꾸는 것도 상당히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 승패와 직결되는 마무리투수는 보직을 쉽게 바꿀 수 없다. 정규시즌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 마무리를 바꾸는 것은 팀으로서도 상당히 부담스럽다. 정해영이 당장 부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통산 147세이브를 쌓아올린 커리어를 무시할 수 없다. 나이가 많아서 구위가 떨어진 것도 아니다.
올 시즌뿐만 아니라 내년을 생각해서도 정해영에게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게 이범호 감독 생각이다. 이 감독은 “해영이는 앞으로도 계속 해줘야 할 선수다. 올해 블론세이브가 많지만 그 전까지 굉장히 잘 던졌다. 올해는 힘들어도 내년에 더 나은 성적을 올리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며 반등을 의심하지 않았다.
[OSEN=대전, 이대선 기자]9회말 2사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허용한 KIA 정해영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5.07.10 /[email protected]
이어 이 감독은 “구위나 스피드는 다 올라와 있고, 몸 상태가 괜찮은데 맞아 나가는 부분에 있어 본인도 왜 그런지 신경쓰고 있다. 이제 25살밖에 안 된 선수이고, 이걸 잘 극복하고 이겨내야 한다. 앞으로 미래를 봤을 때도 믿고 써주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믿고 쓸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2일 한화전도 3-21 대패를 당하며 최근 3연패에 빠진 8위 KIA는 5위 롯데와 격차가 3.5경기로 벌어졌다. 남은 21경기에서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이고, 이제 서서히 내년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 됐다. 올해 구원 평균자책점 9위(5.32), 최다 역전패 2위(32패)로 불펜 붕괴가 치명타였는데 젊은 투수들의 반등이 필요하다.
이 감독은 “불펜들을 초반에 많이 돌아가면서 쓰다 보니 체력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나 생각이 든다. 지금 있는 선수들로 성적을 내야 하고, 내년에도 운영해야 한다. 이 선수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긍정적으로, 팀에 더 충성하고 던질 수 있는 생각으로 바꿔놓아야 미래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막 혼내고 쪼으는 것보다 힘을 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무리 정해영을 재신임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OSEN=고척, 최규한 기자]경기를 마치고 KIA 이범호 감독과 정해영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6.25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