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명품 가방 등을 선물받은 뒤 “대한민국 정부 차원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반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60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를 받은 뒤엔 건진법사 전성배(64·구속)씨가 “여사님이 큰 선물이라 놀라셨다”고 분위기를 통일교 측에 전했다고 한다.
3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김 여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여사는 1271만원 상당 샤넬백 등 선물을 건네받은 직후인 지난 2022년 7월 15일 윤영호(48·구속기소)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통일교 교회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전씨를 통해 통일교 측의 6220만원 상당의 영국 명품 그라프 목걸이를 받은 것으로 특검팀은 확인했다. 전씨는 8월 1일 선물을 수령한 김 여사의 반응을 묻는 윤 전 본부장에게 “여사님이 큰 선물이라 놀라셨는데, 별 다른 말씀이 없다”고 전한 내용도 공소장에 담았다.
특검팀은 통일교 측의 김 여사 청탁이 한학자 총재가 승인 하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4월쯤 한 총재에게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김 여사에게 선물을 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하고 승인 받은 사실을 파악하면서다.
이후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김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를 실행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공소장엔 한 총재가 2019년부터 정교일치 이념을 내세워 국가 운영을 위한 정치 지도자를 물색해 윤 전 대통령을 교단 차원에서 지원했다고도 썼다.
특검팀은 통일교 측이 김 여사에게 샤넬백 2개(총합 2000만원대)와 그라프 목걸이(6200만원대)를 건넨 날짜를 특정했다. 800만원대 샤넬백은 2022년 4월 7일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4월 23일 김 여사에게 비밀리에 통일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4월 30일엔 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등 통일교 측 청탁 사항을 메시지를 김 여사에게 보내기도 했다.
전씨가 1200만원대 샤넬백을 수령한 시점은 2022년 7월 5일로 파악됐다. 이보다 앞서 6월 26일 윤 전 본주장이 전씨에게 선물 공여 의사를 전달했으나, 전씨는 “내일(6월 27일) 오후 2시에 출발하여 7월 1일에 돌아오니 다음주에 연락달라”고 답하는 등 수수 일자를 조율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고, 일정 도중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건넸다고 자수한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착용했다.
그라프 목걸이는 전씨가 7월 29일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서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수령했다. 이와 함께 통일교 측 행사에 교육부 장관이 참석하는 등 청탁 사항을 함께 전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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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영부인 만나 “새마을운동” 배경에 통일교
특검팀은 김 여사가 아프리카 새마을운동을 언급한 배경에 통일교 청탁이 있었다고도 적시했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11월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케냐 영부인과 환담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새마을운동을 소개하며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이 새마을운동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공소장엔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3월 22일 당선인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을 서울 통의동 사무실에서 만나 “아프리카 유니언 행사 비용을 국가 ODA(공적개발원조) 방식으로 활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이후 인수위 시절부터 움직임이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본부장이 윤 전 대통령을 독대한 날, 통일교 건물을 찾은 뒤 독대 자리에도 배석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한학자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 감사하다”고 인사하자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현안 사업을 청탁하고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답변을 받는 등 1시간가량 접견한 걸로 조사됐다.
독대 일주일 뒤인 3월 30일 외교부 외교안보분과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엔 아프리카 ODA 2배 증액 목표 등 새 정부의 외교 비전 발표 계획이 세워졌다. 2024년 6월엔 윤 전 대통령이 아프리카 ODA 규모를 2030년까지 100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