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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없다"던 트럼프…북·중·러 '망루 회동' 직후 "반미 음모"

중앙일보

2025.09.02 21:08 2025.09.03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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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을 기념한 열병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나란히 세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반미(反美) 음모(conspire)’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했다. 교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중국이 매우 적대적인 외국 침략자를 상대로 자유를 확보하도록 돕기 위해 미국이 제공한 막대한 양의 지원과 ‘피’를 중국 시 주석이 언급할지는 답변돼야 할 중대한 문제”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중국이 승리와 영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미국인이 죽었다”며 “그들의 용기와 희생이 정당하게 예우받고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주사령부 본부 이전과 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열병식에 북중러 정상이 모이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자 "우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이 이번 전승절 행사를 활용해 반미 전선을 공고히 할 거란 관측 속에서 나왔다.

시 주석은 이날 열병식에서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과 천안문 망루에 올라 “인류는 오늘날 평화냐 전쟁이냐, 대화냐 대결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 인민은 역사와 인류 문명의 진보라는 올바른 길에 굳건히 서서 평화 발전의 길을 견지하며, 세계 각국 인민과 함께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중화민족은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립적이고 강인한 민족”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차량에 올라 병력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중·러 최고지도자가 공식 석상에 함께 모인 것은 냉전 종식 이후 처음이다. 옛 소련 시절까지 포함하면 1959년 열병식 당시 김일성 북한 주석·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국가주석·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가 함께 망루에 선 이후 66년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6년 만의 3국 정상 회합에 대해 “당신들은 미국을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은 시 주석을 향해 “푸틴과 김정은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반응은 북·중·러 정상이 천안문 망루에 오른 모습이 전세계로 생중계된 직후에 나왔다.

중국 군인들이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항복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진행한 우주군사령부 본부 이전 관련 브리핑 때만 해도 ‘북·중·러의 밀착을 도전으로 보거나 미국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 우려하느냐’는 물음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중국은 우리(미국)가 그들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에 앞서 방영된 ‘스콧 제닝스 라이오쇼’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들(북·중·러)은 미국을 향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음모’라는 말을 사용하며 북·중·러를 비난한 것은 3국 정상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내세우며 외교적 해결을 호언장담해왔던 것과도 차이가 난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와 관련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해왔다. 특히 김정은에 대해선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냈다”며 “김정은과 어느 시점에 만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된 미 육군 찰설 25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퍼레이드가 열린 날은 자신의 79번째 생일이었다. AP=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이날 열병식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열병식에 북·중·러 정상이 참석한 의미’와 ‘한반도 상황에 미칠 영향’ 등을 묻는 중앙일보의 질의에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겠다. 백악관 채널을 통해 확인해달라”고만 답했다.

열병식과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과 관련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자신의 스트롱맨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화가 났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이징에서의 무력시위는 중국이 외세의 압력에 저항할 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또 중국이 세계의 중심 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국가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주군사령부 이전 관련 브리핑 도중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 역시 “시 주석이 중국을 미국 이후의 국제 질서의 관리자로 만들려 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성장하는 무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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