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진이 베트남 얼굴기형 아동들을 위한 무료수술 봉사를 27년째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4300여 명의 아이들이 새 얼굴과 함께 삶의 희망을 되찾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세민회ㆍSK그룹과 함께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베트남 하노이 108군사중앙병원에서 ‘제27회 베트남 얼굴기형 어린이를 위한 의료봉사’를 진행했다고 3일 밝혔다. 의료진은 구순구개열 등 안면 기형 아동을 직접 수술하고, 현지 의사들에게 수술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번 봉사단은 백롱민 세민회 이사장(전 분당서울대병원장·성형외과 교수)이 단장을 맡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김백규ㆍ박규형 교수, 성형외과 허찬영 과장, 정재훈ㆍ김종호 교수, 김태균ㆍ김은혜ㆍ강정아ㆍ김주혜ㆍ주명은ㆍ하민주 간호사, 김병준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단원으로 참여했다. 봉사단은 일주일 동안 120명의 아동을 수술했다. 수술비는 SK그룹이 전액 후원했으며, 수술 장비와 의약품도 기부했다.
세민회는 백롱민 교수의 친형인 고(故) 백세민 박사(전 백병원 성형외과 교수)의 주도로 1989년 출범했다. 처음에는 국내 저소득층 아동 치료에 주력했으나, 1996년부터 해외로 봉사 무대를 넓혔다. 코로나19로 2년간 국경이 막혔던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베트남을 찾았으며, SK그룹은 1997년부터 30년 가까이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봉사단 인원은 500명을 넘고, 수술을 받은 아동은 4300여 명에 달한다.
안면 기형 아동들은 음식 섭취와 호흡에 어려움을 겪고 발음 문제와 외모로 차별·고립을 경험하기 쉽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1000~1500달러에 이르는 수술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봉사단은 이들에게 새 얼굴을 선물하며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왔다.
이번 봉사 기간에는 과거 한국 의료진으로부터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성장한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병원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해 감동을 더했다.
백롱민 이사장은 “새 얼굴을 선물 받은 아이들과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을 보며 봉사단 모두가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도 베트남 얼굴기형 아동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백규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도 “세민회와 함께한 오랜 여정이 수많은 아이들의 아픔을 덜어주었다”며 “우리의 노력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밝게 만들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