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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都 개조작전’ 강행 트럼프 “시카고에도 군 투입”…법원은 “LA 군 배치 위법”

중앙일보

2025.09.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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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미 우주사령부 본부를 콜로라도주에서 앨라배마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 주요 대도시 군 배치를 둘러싸고 확산되는 논란 속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시카고에 주(州)방위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시카고에) 들어갈 것이다. 시기는 말하지 않았지만 들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야당인 민주당 소속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에게 군 병력 투입을 자신에게 요청할 것을 촉구하면서 “나는 이 나라를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시기만 미정일 뿐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 법 집행요원들의 불법 이민자 및 범죄자 단속을 지원하기 위한 주방위군의 시카고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주말에 시카고에서 적어도 54명이 총에 맞았고 8명이 숨졌다. 시카고는 세계 최악이고 가장 위험한 도시”라며 군 병력 투입을 예고했다.



‘친민주당’ 시카고, 오바마 정치터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으로 꼽히는 시카고는 민주당 상징성이 강한 곳이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도, 시카고가 위치한 일리노이의 주지사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시카고의 거리는 군대를 원하지 않는다. 이것은 범죄와 싸우거나 시카고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과 전혀 무관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JB 프리츠커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오른쪽)와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이 2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카고 주방위군 투입 계획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럼에도 이날 시카고 외에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도 군 병력 투입 대상에 들어간다고 했다. 브랜든 스콧 볼티모어 시장과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를 “안전지대”라 부르면서 “이곳을 본보기로 다른 지역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도 워싱턴에 주 방위군과 연방 요원을 투입해 법 집행 요원들의 불법 이민자 및 범죄자 단속을 지원한 방식을 시카고에도 확대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민주당 아성인 워싱턴에 이어 시카고, 볼티모어 등 친민주당 성향이 강한 도시에 범죄 척결 및 치안 강화를 이유로 군 투입을 확대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LA 군 투입, 민병대법 위반”

이날 미 샌프란시스코의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서는 지난 6월 로스앤젤레스(LA)에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배치한 결정을 두고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연방지법 찰스 브라이어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불법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항의 시위가 발생한 LA에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및 해병대를 배치한 결정에 대해 “19세기에 제정된 민병대법(Posse Comitatus Act)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민병대법은 미국 내 법 집행 활동에 군대를 자의적으로 동원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에드워드 로이발 연방청사 앞에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병력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브라이어 판사는 판결문에서 “연방정부 법 집행 요원들이 안전을 걱정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구실로 연방 요원들이 가는 곳마다 군대를 함께 파견하는 것은 도를 넘는 행위이고, 이는 민병대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어 판사는 다만 LA의 현 잔여 병력 철수를 요구하는 대신 트럼프 행정부에 항소 기간을 주기 위해 판결 효력을 12일까지 유예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롭 본타주법무장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군 병력 배치에 반발해 소송을 낸 데 따른 것이다. 뉴섬 주지사는 판결 직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트럼프의 불법적인 도시 군사화를 막아내며 이를 바로잡았다”고 환영했다.



우주사령부, ‘친공화당’ 앨라배마로 이전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콜로라도주에 있는 미국 우주사령부를 앨라배마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주사령부 본부가 앨라배마주 헌츠빌로 이전하게 됐다. 헌츠빌은 현시점부터 영원히 ‘로켓시티’로서 명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마지막 해인 2021년 1월 우주사령부 우선 후보지로 헌츠빌의 레드스톤 병기고를 선정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우주사령부를 영구적으로 두는 쪽으로 변경됐다. 그러다 다시 앨라배마주 헌츠빌로 이전한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콜로라도주는 민주당 성향이, 앨라배마주는 여당인 공화당 성향이 강한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앨라배마의 정치적 지형과 이번 결정은 무관하다면서도 “콜로라도는 우편투표를 채택했는데 자동으로 부정선거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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