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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세 독재자 단결 보여줘…김정은, 명예로운 자리 복귀"

중앙일보

2025.09.02 22:54 2025.09.0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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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戰勝節·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대회) 열병식에서 북·중·러 3국 정상이 나란히 등장한 것에 가장 주목했다. 이날 초대한 해외 정상과 달리 홀로 인민복을 입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군사 열병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맞이했고, 두 정상을 각각 오른쪽과 왼쪽에 둔 채 천안문 망루에서 열병식을 관람했다.

3일 열린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 정상이 66년만에 한자리에 섰다. 중국 CC-TV 캡처
CNN은 이 모습을 두고 “역사적 장면이다. 미국과 서방의 오랜 지배에 맞서는 대안적 세계 질서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세 독재자 간의 단결을 보여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는 특히 김정은에게 중요하다. 명예로운 자리로 복귀하는 순간”이라며 “시진핑은 김정은을 서구에 도전하는 세계 질서의 필수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도 “베이징 열병식의 화려함 속에서 김정은의 모습은 고립된 외톨이에서 동맹들과의 관계 강화로 이익을 얻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변모하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며 김정은의 다자외교 무대 데뷔를 주목했다. 이번 참석을 두고 “격화하는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변화하는 지정학적 질서에서 북한의 입지를 어떻게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이는 푸틴과 군사 협력, 확장하는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보유를 토대로 한 전략적 전환(pivot)으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재개를 추진할 경우, 이는 김정은을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왼쪽부터)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시 주석이 국제질서 수호자로서 자리매김하려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이 다시는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연구소 소장은 “시진핑은 중국을 세계 중심 강대국으로 인정받고 국제 시스템을 중국의 선호에 맞게 개편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며 “다른 지도자들의 참석 자체를 목표 진전의 증거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는 “세 정상이 같은 무대에 선 것은 처음”이라며 “3자 정상회의까지 이어진다면 전례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유지에 중국 수석연구원을 인용해 “중국은 단순한 초강대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에 뿌리를 둔 강대국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푸틴과 김정은의 등장은 중국이 서방과 다른 메시지를 내고자 한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와 AP통신은 이번 열병식을 중국이 “미국 이후 국제질서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과정에서 군사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한 군사력 과시를 넘어 서방의 전후 국제질서에 도전하며 ‘반서방’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는 얘기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시 주석이 국제협조주의에서 거리를 둔 미국을 의식하며 중국을 ‘안정의 수호자’로 부각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 주석이 군사력 과시와 동시에 국제질서 만들기에 관여할 것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서 함선 기반 방공 무기 부대가 천안문 광장을 행진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열병식에서 중국이 최신예 무기를 선보인 것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라는 세계적 강국에 대한 도전의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왕이웨이 인민대 교수는 WP에 “중국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중국에 대한 군사적 강압은 불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다만 WP는 이날 허웨이둥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앞서 숙청당한 시 주석 측근들의 부재를 두고는 중국군 내부 부패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군사력 발전이 지연된 것에 대한 시 주석의 불만이 드러난 것이라고 짚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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